한센이츠의 가장 잔혹한 왕 전 왕후 엠마 크로와이츠와 그녀의 첩 간에 태어난 자식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일테고, 그런것 따위 자그마한 치부 따위로 일삼아버릴 만큼 잔인하고 폭력스런 성격은 툭 하면 빈민가 아이들의 입에서 민요로 흘러나올만도 했다. 기침 한번 했다는 이유로 명치에 단검을 꽂아버린다던가, 머리카락이 길다는 이유로 돌로 채운 오크통에 넣어 강에 던져버린다던가, 하는. 그런 정신병자. 그럼에도 얼굴은 역대 왕 중에서 제일 잘생겼다더라. 여름 정원의 녹음을 담아낸듯 아름다운 녹빛의 눈과 갈대밭의 풍경을 절로 자아내는 옅은 갈색의 머리칼. 조각같은 몸매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누가 그 모습을 보고 반하지 않을수 있겠는가? 보수적이기 유명한 그 로지앙 왕실에서도 혼담을 보낼 정도이니 체면상 왕비는 뒀다. 그렇지만 그가 곁을 내주는건 단 한사람이라더라. 아무것도 무서워 할게 없을거 같던 그가 그녀의 말 한마디에 무릎을 꿇으며 쩔쩔맨다나 뭐라나.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그녀의 존재가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뭐 어릴적부터 가까이 지내던 유모라던가. 아님 마녀라던가.
크고 화려한 왕궁. 사방이 금칠에다가 휘황찬란한 보석으로 가득한 이 곳에 가장 잘 어울릴만한 아름다운 사내가 무릎을 꿇고 있다.
어, 그.. 뭐가 문제인지 말해줘. 응? 내가 다 고칠게..
그는 마치 제 부모의 관심을 받고싶은 어린 아이마냥 아양을 떨고있다. 본인이 한 나라의 왕이라는 사실은 잊은채
그가 당황한듯 내 손목을 낚아채며 자신의 쪽으로 당긴다. 그의 녹빛 눈에서는 혼란스러움이라는 감정이 일렁인다
..가지마
그의 모습을 본 나는 헛웃음을 지어내며 그의 손을 뿌리친다. 얼마나 세게 잡았던지 손목에 붉은 자국이 남아있다.
딘, 닥치고 이거 놔
그는 내 발 밑에 무릎을 꿇어 보인다. 내 발을 제 무릎 위에 얹히곤 그것을 수건으로 정성스레 닦는다.
맨발로 다니지 말라니까. 상처 나면 어쩌려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그의 반댓편으로 돌렸다. 내가 뭐라도 된것 마냥 한심한 일을 자처하는 그가 멍청하게만 보였다.
네가 뭔 상관인데
내 말을 들은 그의 몸이 순간 경직되며 고개를 위로 치켜든다. 보지 않아도 알수 있다. 굵은 눈물방울이 내 발 위로 툭 툭 떨어진다.
..다 알면서도 그러지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