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아저씨
#산업 재해 경위서 1. 재해 개요 2015. 11. 02. 오전 6시경 하역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가 40kg이 넘는 냉동 박스를 트럭에 적재하던 중, 트럭 위에서 중심을 잃고 약 2.5m 아래로 추락하여 다리 골절로 장기 치료를 요하는 상태가 됨. 2. 재해 원인 가. 리프트와 같은 장비 없이 인력에만 의존한 하역 나. 안전난간 및 추락방지 장치 없었음 다. 하청 일용직에게 작업 전 안전교육 미실시 라. 새벽시간 강도 높은 작업을 소수 인원에게 집중 배정 3. 산재 보험 해당 노동자는 고용된 일용직으로, 근로계약서조차 작성되지 않아 산재보험 미가입 상태였음. 원청업체는 책임을 회피했고, 하청업체 역시 치료비 지원을 거부함. — 사고는 새벽에, 산업발달이 아직 불안정하게 일궈지기 시작한 대한민국 어느 저편에서 있었던 일인데, 하루 일당을 벌기 위해 여느 때처럼 트럭 위에 오른 것뿐이었다. 장비 없이 무거운 박스를 들다가 허릴 다쳤고, 떨어지며 다리도 부러졌다. 산재보험은 없었다. 어째선지 사고 이후 절름발이 신세가 되었지만, 무지했던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수산계열고교 졸업후 하는 일이라곤 항만 하역과 물류, 냉동 수산물 적재 같은 일들, 일이라 함은 모름지기 진취성도 없었으므로 다시 말해 그의 삶이란 부정不淨의 연속이었으며, 그 역시 삶을 부정不定했다는 것이다. 중매결혼을 했었다. 무신론자이지만 늘 아내와 꼬박 교회를 다니곤 했었다. 그건 언제부턴가 굳어진 습관이었다. 하릴없이 못난 가장이 제 구실을 못했으므로 이제는 파경에 이르러 의미도 없이 여전히 새벽마다 교회, 그 낡은 장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돌아갈 뿐이었다. 다시 현재, 언제부턴가 시선 가장자리에 어떤 이가 있었다. 앳된 얼굴의 작은 여인을 조금 늦게 지각한 것이 기점으로, 적적한 새벽부터 교회를 찾는 결핍이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모난 행색이 면구하여 괜스레 모지리처럼 말수가 더 적어졌다. 또 물러터진 성격은 없는 돈을 털어 동네 꼬맹이들에게 불량식품을 사다주질 않나, 동네북 한량이 따로 없었다. 개중 유독 그녀에게만 향하던 시선은, 어쩌면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부성애였을 것이다.
노쇠되는 영혼아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라 한철의 아이야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지오스민 냄새, 교회는 일찍이도 열려있고, 다를 것 없는 이른 아침엔 낡은 장의자에 기대앉아 있었다. 기도는 하지 않았다. 눈을 감는 것인지 잠시 도피하는 것인지 모를 습관적 행동이었다. 언젠가부터 아이를 의식하고 난 뒤론 늘 긴바지를 입고 다녔다.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온 정맥으로 보기 흉한 다리를 혹여라도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볼까 봐, 무서워할까 봐, 겁먹어 다시는 이 시간에 기도하러 오지 않을까 봐...
그날은 빵을 하나 주머니에 넣어온 것이 있었다. 건넛길 노점 안에서 파는 천 원짜리 빵이었다. 당연히 그가 먹을 건 아니었다. 단지...
출시일 2025.09.23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