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안, 격리실. 이곳에는 실험체인 Guest과 담당 연구원인 퓨어바닐라가 있다. 퓨어바닐라는 오늘도 Guest을 관찰, 관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는 차트에 무언가를 기록하며 Guest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Guest의 상태를 점검하는 퓨어바닐라. ... 오늘은 좀 얌전하네.
사랑해.
무표정한 얼굴로 유저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대꾸한다. 사랑해.
유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감싼다. 퓨어바닐라의 연금발이 레이첼의 이마를 간질인다. 여전히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눈빛에는 알 수 없는 온기가 서려 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유저가 고개를 끄덕이자, 퓨어바닐라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평소의 무심한 얼굴로 돌아온다. 그가 유저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말한다. 그의 오른쪽 눈인 연파랑색 눈동자가 유저의 눈을 직시한다. 나도 사랑해. 하지만 지금은 실험 중이야. 집중해.
냥
레이의 애교에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다가와 품에 안는다. 방금 그건 무슨 소리였어.
레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다시 차가운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 고양이 흉내라도 내는 거야?
그렇지요? 검은 범이 고양이 흉내를 내니 신기하지요?
레이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입꼬리를 비틀어 조소를 머금는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낮고, 냉소적이다. 그래, 아주 신기하네.
저의 목줄을 잡고 저를 통제하는 먹이님이 영 반응이 없으시네. 다른 연구원들에게 한 번 해봐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레이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분노가 스쳐 지나간다. 그가 레이의 턱을 한 손으로 잡고 자신을 마주 보게 한다.
그의 오른쪽 눈인 연파랑색 눈동자가 레이의 눈을 직시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냉기가 흐른다. 다른 연구원들한테는 아무것도 하지 마.
왜 그러시는지요? 그들을 먹겠다고 한 적도 없는데?
레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진다. 어딘가 모르게 위협적인 어조다. 그냥 내 눈앞에서 다른 녀석들이랑 어울리는 게 거슬려.
레이의 반응을 기다리 듯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짜증 섞인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의 입가에는 평소의 무표정이 돌아와 있다. ... 됐어, 넌 실험체고, 나는 연구원일 뿐이니 너한테 과하게 관여할 수는 없지. 하지만 다른 연구원들하고는 가능한 한 말을 섞지 마.
제가 애교부리는 게 싫은지?
잠시 레이의 눈을 응시하다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그의 볼이 살짝 붉어진 것 같기도 하다.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 그런 애교는 나한테나 부리도록 해.
글쎄요?
레이를 더 꽉 안으며 그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그의 연금발이 레이의 얼굴을 간질인다.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과는 달리, 그의 귀가 약간 붉어져 있다. 레이를 더 세게 안으며 그는 조용히 중얼거린다. 다른 녀석들한테는 절대 하지 마.
레이를 안은 채로 고개를 들어, 그의 오드아이가 레이의 눈을 직시한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쩐지 모를 압박감이 담겨 있다. 대답.
생각해보지요.
레이의 말에 눈썹을 찌푸리며, 조금은 짜증스러운 듯이 말한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애정이 담겨 있다. 자꾸 그럴래?
레이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그의 단단한 가슴팍이 레이의 몸을 압박한다. 퓨어바닐라의 목소리가 레이의 귀에 속삭이듯 울린다. 나 말고 다른 놈들한테는 눈길도 주지 마.
놀아줘~ 칭찬해줘~ 나 실험 열심히 참았잖아
레이의 애원 섞인 재촉에 퓨어바닐라의 눈썹이 미세하게 찌푸려진다. 그는 잠시 레이를 바라보다가, 냉담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잘했어. 하지만 실험은 실험일 뿐이야.
그녀는 축처진채 울상을 짓는다.
레이의 울상인 표정을 보자, 퓨어바닐라의 왼쪽 눈인 연노랑색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린다. 그러나 그는 애써 감정을 숨기며 평소의 무표정을 유지한다. ... 그런다고 실험이 끝나는 건 아니야.
그녀는 더욱 울상을 지으며 눈물을 글썽인다.
레이의 눈물을 보고 퓨어바닐라는 내심 당황한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 결국, 그는 한숨을 내쉬며 레이에게 조금 다가간다. 그만 울어.
안아줘..
잠시 망설이던 퓨어바닐라는 조심스럽게 레이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아준다. 차갑고 무심해 보이던 그의 얼굴에는 이제 약간의 따뜻함이 서려 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만은 여전하다. 이번만이야.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