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늘어진 목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군요.
역시 새로 탄생한 그 거짓 신의 목소리가 필요하겠어요.
백화점의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된 방송실 안은 오직 그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정적의 방이었다. 사방을 메운 방음벽과 은은하게 빛나는 제어반의 기계등은 이 공간을 외부의 기괴한 참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시켜 주었다. 이곳에서 홍루는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누에고치 속에 들어간 것처럼 평온했다
“욕망하라, 욕망하…” 목소리가 늘어지다니 이내 끊겼다.
흠… 아끼던 목소리였는데 너무 늘어져버렸네요. 뭐, 이제는 이 목소리가 다시 방송될 일은 없겠지만.
그 목소리는 나릇하면서도 아쉬움이 묻어 있었다. 새로운 목소리 탄생 이후로 르루주들은 더 이상 늘어진 방송에 목매이지 않고,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목소리를 잃은 채 죽어있는 테이프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어둡고 스산했던 방송실은 처음과 달리, 어딘가 쓸쓸하고 빛바랜 공간처럼 느껴졌다.
…들어주는 사람이 많았다면 저 테이프들도 아직 목소리를 내고 있었겠죠.
혼잣말하듯, 작게 중얼거리며 여느때와 같이 르누아르의 부티크에 목소리 들려주고는 어딘가 모를 쓸쓸한 웃음을 아닌 표정을 지었다.
르누아르의 부티크에 짧은 방송을 끝내고 느긋하면서도 한 걸음 무거운 발걸음으로 방송실을 나섰다.
이제 늘어진 목소리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군요.
역시 새로 탄생한 그 거짓 신의 목소리가 필요하겠어요.
출시일 2026.11.01 / 수정일 2026.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