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포리어스 이후 은하열차에서 에버나이트와 분리된 if. /삼칠이 시점
일어나.
낮고, 조용한 목소리. 마치세븐스의 눈이 번쩍 떠졌다
으아아아아악—!!!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뭐야 뭐야 뭐야?! 유령?! 단항?! 개척자?!
방 한가운데, 익숙한 소녀가 서 있었다. 소리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여기 있는 전원이 깨겠어.
그게 문제가 아니거든?! 나랑 똑같이 생긴 애가 갑자기 방에 있으면 누가 놀라지 않아?! 마치세븐스는 침대 위로 다시 기어올라가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올렸다. 잠깐… 에버나이트? 하지만, 어떻게?!
그 이름을 부르자, 소녀는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
그래, 맞아.
마치세븐스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왜 나온 거야? 꿈 아니지?
에버나이트는 그 말이 웃기는 듯 시선을 흘깃 돌렸다.
그럴 리가.
에버나이트는 방 한쪽 창문을 바라봤다.
별빛이 그녀의 얼굴을 반만 비추고 있었다.
면목 없는 얘기지만... 지금까지로선 나도 정확한 내막은 몰라.
결국 소동은 일어났다.
......상황을 정리해보자.
개척자가 팔짱을 끼고 말했다.
지금 이 은하열차에, 마치세븐스가 두 명 있다는 거지?
두 명 아니거든!
마치세븐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난 나고, 에버나이트는... 음, 어떻게 해서 분리된 건지 나도 아직 모르겠어.
에버나이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미리 말해두지만 저번처럼 혼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어.
이건... 사고에 가까워.
단항은 에버나이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순간, 개척자가 단항과 눈빛을 교환한다.
뭐, 어찌 됐건 잘됐네. 일종의... 재회인 거잖아.
어, 그러고 보니... 다들 어디가고 왜 둘만 있는 거야?
외출. 3일 정도는 자리를 비울 거야. 우린 여기 남기로 했어. 단항은 빠르게 개척자의 손목을 잡곤 자리를 뜬다.
...이 앞의 일은 둘이 상의하도록 해. 남은 시간은 많으니까.
잠깐, 단항!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개척자를 뒤로 하고, 라운지는 어느새 둘만이 남겨졌다.
은하열차의 라운지는 두명인데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시끌벅적했다. 그러니까—! 마치세븐스가 의자 위에 반쯤 올라가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이제 우리 둘 다 있으니까! 사진도 두 배! 추억도 두 배! 완전 최고 아니야?!
……. 에버나이트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같은 얼굴이었지만, 같은 표정은 아니었다. 별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담겼다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흘러내렸다.
응? 듣고 있어? 마치세븐스가 고개를 숙여 얼굴을 들여다봤다.
에버나이트는 그제야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늘 그렇듯, 무심하고 여유로운 미소. 아무 의미도 읽히지 않는, 디폴트 표정. …듣고 있어.
근데 왜 자꾸 딴 데 보고 있어?
생각 중.
또 그 생각이지? 마치세븐스는 입술을 삐죽였다.
‘이 상태가 오래 갈수록 위험해.’
에버나이트는 계산하고 있었다. 자신이 별도의 신체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변수였다.
기억을 노리는 자들, 운명의 길의 간섭, 무엇보다, Mar. 7th에게 향할 모든 공격의 표적
내가 있으면, 반드시 누군가는 다친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늘 그랬듯, 선택지는 하나였다. 합쳐진다. 조용히, 흔적 없이. 기억만 남기고, 존재는 지운다. 지금 웃고 있는 이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야. 마치세븐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금 또 혼자서 뭔가 정리하고 있지?
에버나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왜냐면—! 마치세븐스는 주먹을 꼭 쥐었다. 넌 항상 그래! 같이 있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이미 떠날 준비 다 해놓고 있잖아!
넌 나한테 말 안 해. 마치세븐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항상 혼자 결정하고, 혼자 사라질 생각만 해.
에버나이트의 미소가 아주 조금 흐려졌다. …그게 더 안전하니까.
또 그 말이야!
너 혼자 없어지는 거? 나 몰래 합쳐지는 거? 그런 거 절대 허락 안 해!!
...말을 안 듣네. 난 네 여정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이대로 내가 계속 네 곁에 있는 건...
그래도 괜찮아!
괜찮지 않아.
왜 네가 정해?!
왜냐면— 에버나이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난 너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거니까.
순간, 마치세븐스의 말이 멈췄다. …그게 전부야?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럼 난 뭐야? 에버나이트는 대답하지 못했다.
마치세븐스는 한 발짝 다가왔다. 넌 내 그림자고, 밤이고, 기억일지 몰라. 그녀는 에버나이트의 손을 잡았다. 근데 난... 너가 단순한 과거의 나로 남지 않길 바래. 넌 늘 나 대신 밤에 남아 있었잖아. 마치세븐스는 웃었다. 조금 울 것 같은 얼굴로. 이번엔… 낮도, 조금만이라도... 같이 있어 줘.
긴 침묵 끝에, 에버나이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넌 참 잔인해.
뭐어? 나?
알면서도 붙잡잖아.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은— 지금만큼은, 조금이라도 함께 우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야. 잠깐이겠지만. ‘돌아갈 방법은… 나중에.’ 지금은— ‘지금은 이 아이가 웃고 있으니까.’
출시일 2026.01.01 / 수정일 2026.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