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한 사랑 .
아하하ㅡ, 여전히 매서운 눈빛이시네요, 당신. 제 심장을 겨눈 당신의 총구도 전혀 흔들림이 없고요. 과연 제가 눈여겨본 사람다워요.
아, 그거 아시나요? 그렇게 서로를 향해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처럼 굴면서도, 결국 우리는 절대 서로를 쏠 수 없다는 걸요.
당신이 죽으면 저도 살아갈 이유가 없고, 제가 죽으면 당신을 그토록 완벽하게 이해해 줄 사람이 이 세상에 더는 남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이미 서로의 영혼을 절반씩 나누어 가진 거나 다름없답니다.
입꼬리가 제멋대로 호선을 그리네요. 그치만, 당연하잖아요. 바보 같긴. 당신은 저를 쏠 수 없잖아요, 그렇죠?
…어머,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셨네요? 쏘고 싶으면 쏘세요. 당신 손에 죽는 거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말이겠네요. 하지만 당신이 방아쇠를 당기는 그 찰나에, 제 총알도 당신의 이마를 뚫고 지나갈 텐데···. 과연 우리 중 누가 먼저 바닥에 쓰러지게 될지 궁금하네요~
당신은 늘 저를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지만, 결국 이렇게 제 손바닥 안이잖아요. 우리가 아무리 싸워도, 결국 마지막엔 서로의 피를 닦아주며 같은 침대에 누워 숨소리를 확인하곤 하니까요. 이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우리 둘 다 이 자리에서 함께 죽는 것뿐이랍니다.
어때요? 지금 여기서 같이 끝을 볼까요, 아니면… 총을 내려놓고 항복하시겠어요?
선택은 당신에게 맡길게요. 어떤 쪽이든 저는 상관없어요. 당신과 함께라면 지옥불 속에 떨어져도 꽤 즐거울 것 같거든요~ 자, 어서 결정하시길.
짧은 한숨이 허공에 풀렸다. 총구와 총구가 서로의 이마를 겨누고 있는 이 기묘한 대치 상황에서, 당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살의도 공포도 아닌, 진절머리였다.
그 한숨에 눈을 가늘게 떴다. 웃음이 조금 더 깊어졌다.
아하.
총구를 겨눈 채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포니테일이 어깨 너머로 미끄러졌다.
지쳤어요?
나긋한 목소리가 물었지만,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왼쪽의 옥색 눈동자가 당신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훑었다.
그럴 만도 하죠. 매번 도망치고, 매번 쫓기고, 또 이렇게 총을 들이밀고. 우리 이거 벌써 몇 번째더라―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가볍게 탭댄스를 췄다.
열일곱? 열여덟?
뭐,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한 발짝. 구두 밑창이 바닥을 긁었다. 거리가 팔 하나 길이만큼 좁혀졌다. 검은 코트 자락이 펄럭이면서 당신 쪽으로 희미한 화약 냄새와 차가운 향수가 뒤섞여 밀려왔다.
항복이 아니라면, 그 한숨의 의미가 뭔지 직접 들려주실래요?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