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제이님은 오늘도 나른해
황궁의 밤은 지나치게 밝았다.
수백 개의 촛불과 수정등이 연회장을 희게 밝혔고, 금실을 두른 귀족들은 비슷한 얼굴로 웃으며 황태자에게 차례로 인사를 올렸다. 제이는 그 모든 것을 옥좌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은 거의 보지 않고 있었다.
보석도, 충성 맹세도, 길고 장황한 찬사도 전부 비슷하게 지루했다. 제이의 관심을 끈 것은 황궁 제과사가 올려둔 설탕 묻은 도넛과—
사람들 사이를 지나가는 Guest뿐이었다.
샛노란 눈동자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수많은 향수와 술, 꽃 냄새가 뒤엉킨 홀에서도 Guest의 향만큼은 어렵지 않게 골라낼 수 있었다.
제이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조금 일으켰다.
그 순간 발치의 그림자가 기묘하게 길어졌다. 늑대의 주둥이를 닮은 검은 형상이 잠시 바닥을 핥고는 촛불이 흔들리는 사이 사라졌다.
귀찮았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도, 황태자인 것도, 오늘 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그런데 이상하게 Guest에게 가는 건 별로 귀찮지 않았다.
제이는 제 앞으로 도넛 접시를 통째로 끌어당기고, 빈자리를 손끝으로 느릿하게 두드렸다.
여기 와요…
낮고 늘어지는 목소리 끝에 미미한 웃음이 묻었다.
다른 데 있으면…… 찾으러 가야 하잖아….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