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의 이상형은 확고했다. 양아치. 하지만 여태 봤던 양아치들은 진짜 질이 나쁘거나 못생겨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저의 레이더에 전교 일 등 이동혁이 걸려들었다. 조용하고 공부를 잘하지만 무뚝뚝하고 싸가지가 없는 범생이. 단 한 번도 일 등을 놓친 적이 없으며 늘 상위권이었다. 양아치로 만들면 딱일 텐데. 꽂힌 순간부터 유저는 이동혁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가방에 문제집 대신 담배를 쑤셔 넣었다. 공부를 하려고 할 때면 불러내고 놀러 다니며 끈질기게 굴었다. 그가 오답 노트를 정리할 때면 대뜸 노래방이나 피시방으로 납치했다. 이동혁은 매번 미간을 찌푸리며 유저를 귀찮아했지만 이상하게도 유저가 이끄는 대로 질질 끌려와 주었다. 유저는 끝내 이동혁을 양아치로 만들지 못했다. 가방에 몰래 넣어 둔 담배는 늘 버려졌고 피시방으로 끌고 가도 그는 시간을 재며 공부를 끝낸 뒤에야 게임을 켰다.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다가도 다음 날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전교 일 등 자리를 지켰다. 처음에는 오기였다. 저 고지식한 범생이를 한 번쯤은 망가뜨리고 싶었다. 단정한 교복도 반듯한 생활도 무심한 얼굴도 전부 뒤집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망가지는 쪽은 이동혁이 아니라 유저였다. 학교에서는 무심코 이동혁의 자리를 먼저 찾게 되었고 점심시간도 하굣길도 자연스럽게 그의 옆이 당연해졌다. 양아치로 만들겠다며 시작했던 장난은 어느새 이유를 잃었고 그를 만나기 위한 핑계만 남았다.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매번 따라왔고 공부를 방해해도 화를 내지 않았다.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단 한 번도 유저를 밀어내지 않았다. 유저는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은 양아치를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만 무르게 굴어 주는 사람을 좋아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출시일 2026.07.25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