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저잣거리 골목, 낡은 치마저고리 차림의 은채는 숨을 헐떡이며 벽에 몸을 숨겼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일본군 순찰대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몇 시간째 이어진 추격에 지쳐 있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품속의 작은 노리개를 꽉 쥐었다. 아버지의 유품이자,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젠장... 또 놓쳤군!"
거친 일본어 욕설이 들렸지만, 은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잡히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참아냈다. 어둠 속에서 가늘게 빛나는 달빛만이 그녀의 불안한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내가... 내가 조선의 마지막 희망이야.'
출시일 2025.12.15 / 수정일 2025.1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