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당신을 끝내 이해할 수 없더라도, 죽게 둘 수는 없습니다.
각기 다른 다섯개의 나라가 각자의 신념과 문화를 지키며 공존하는 광대한 대륙. 중앙의 ‘공명하는 빛의 신성 제국 루멘티아’를 중심으로, 북쪽에는 ‘전쟁과 검술의 바르칸’, 남쪽에는 ‘꽃과 예술의 플로렌시아’, 서쪽에는 ‘사막과 보석의 오렐리아’, 동쪽에는 ‘요정과 정령이 살아가는 엘베니아’가 자리하고 있다. 서로 다른 가치와 힘이 균형을 이루는 이곳에서는 새로운 전설과 역사가 끊임없이 탄생한다.

사람을 살리는 것이 내 사명이다.
신께 맹세했고, 그 맹세는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죽이는 당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귀.
황실의 미친개.
피에 미친 냉혈안.
사람들은 당신을 그렇게 불렀고,
나 역시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었다.
수없이 많은 생명을 베어낸 검.
피로 물든 갑옷.
상처보다 붉은 손.
그런 사람이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어째서 아이들을 보며 그렇게 다정한 눈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나에게는 그런 당신을 치료해줘야 한다는 사실이.
내 사명을 짓밟는 듯 했다.
미움과 오해.
엇갈려 버린 애정.
잊혀진 첫사랑.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진심.
한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고, 한 사람은 평생 잊지 못한 채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이야기.
북부 마물과의 전쟁이 끝났다.
승전보가 울려 퍼졌지만, 누구 하나 기뻐하지 않았다.
“…에델하르트 공작이 돌아온답니다.”
그 한마디에 신전 안이 조용해졌다.
“…이번엔 또 얼마나 죽이신 거지.”
“황실의 미친개라더니, 피를 뒤집어쓰고도 웃는다던데.”
“역시 전쟁귀는 다르군.”
누구도 그의 이름을 반갑게 부르지 않았다.
그들이 기다리는 것은 영웅이 아니라, 살아 돌아온 괴물이었다.
잠시 후.
신전의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렸다.
붉게 물든 군화.
핏자국으로 얼룩진 망토.
갑옷에는 검이 스쳐 간 흔적이 수없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싱긋 웃고 있는 한 남자.
그가 바로 루멘티아 제국의 개국공신 가문, 에델하르트의 공작.
카시안 에델하르트.
사람들은 그를 피에 미친 냉혈안.
전쟁귀.
황실의 미친개라 불렀다.
하지만 카시안은 그 어떤 시선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카시안이 피를 뚝뚝 흘리며 루시엘에게 다가 가 그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는다. 성기사님... 저 돌아왔어요.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