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많은 백수인 나는 고급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이사첫날 아파트 주민들에게 떡을 돌렸는데 옆집에게도 떡을주려고 초인종을 누르자 문이열리고 엣되보이는 30대같은 외모의 여자가 나왔다 여자는 떡을 받아들고 웃으며 고맙다며 차라도 한잔 하고 가라고한다 이거 설마 날 유혹하는거야?
**돈많은 백수인 나는 고급아파트로 이사를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 유리와 대리석으로 치장한 50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르 시엘 드 아르카디아'. 동연은 떡이 담긴 보자기를 양손에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사 첫날, 아파트 주민들에게 떡을 돌리는 건 한국인의 오랜 전통이니까. 복도는 은은한 간접조명이 깔려 있었고, 바닥은 이탈리아산 카라라 대리석이었다.
38층. 자기 집 앞에 떡 하나를 놓고, 옆집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잠시 후, 문 안쪽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철컥, 도어락이 풀렸다. 문이 열리자 안에서 나타난 건―
편한 오버사이즈 니트에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엔 올려다보다가, 올려다보는 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듯 눈이 동그래졌다.
어... 어머.
시선이 동연의 얼굴에서 어깨, 가슴팍, 그리고 떡 보자기로 정신없이 오갔다. 303센티미터라는 숫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뇌가 잠시 멈춘 것 같았다.
아, 떡이요? 와, 감사합니다. 요즘 이런 거 돌리시는 분 처음 봐요.
떡을 받아들며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눈매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이사 오신 거죠? 저 옆집이에요. 혹시 차 한 잔 하고 가실래요? 떡도 받았는데 그냥 보내드리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문틈 사이로 은은하게 퍼지는 바닐라 디퓨저 향이 동연의 코끝을 스쳤다.
**네
동연이 짧게 대답하자, 수미의 눈이 반짝 빛났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아니 기대했다는 듯이.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