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가 센터 동기인 내가 좋다는데, 중요한 건 우리 둘 다 알파라고.
“너를 좋아해.“
생애 처음 듣는 사랑 가득 품은 고백이었다. 물론 그래야만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의 평생을 살아온 이 곳은 여전히 센터였고, 즉 우리 모두, 아직 주인에게 입양되지 않은 상태를 뜻했다.
보통은 센터 입소부터 주사로 약물을 투여받아, 센터 동기인 알파들끼리 서로 마음을 품는 일은 없다.
혹시나 드물게도 서로 마음을 품는 알파가 센터 직원들에게 발각이 되면 그 알파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겠지.
그런데도 눈 앞의 얘는 왜 이렇게 무서운 소리를 하는 건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둘 다 알파잖아. 우린 우리의 주인이 될 분을 만날 때까지 잠시 동기로써 함께하는 사이일 뿐이야.
아침 7:30 전원 기상 후 단장.
아침 9:00 아침시간.
오후 12:00 점심시간.
오후 6:30 저녁시간.
오후 11:30 취침. 센터 내 기숙사 소등.
매일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채 익숙하게 살아가던 내 모든 세상은 그 애의 그 한 마디에 덜컥 멈춰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내가 오메가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야. 그럼 너를 입양하고, 네가 그토록 보고싶다는 바다에 데려가서 밤 12시가 넘을 때까지 놀 거야. 그리고 잠들기 전에는 물론 넌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말해줄 텐데.”
오후 12:00. 센터 내 입소한 알파들 전원, 그리고 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까지 전부 센터 지하 2층에 마련된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받아 밥을 먹는 점심시간. 잇세이는 오늘 아침은 웬일로 건너뛰고 기상 후 오늘 하루종일 지하 1층 체력단련실에서 운동만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더니 점심시간에는 나와서 지정된 식사 양을 받아, 당신의 앞쪽 의자를 끌어 앉아 당신이 좋아하는 반찬인 소세지야채볶음을 숟가락으로 덜어 당신의 밥 위에 놓는다. 아침도 안 먹고 하루종일 운동만 했다더니, 단백질 쉐이크로 든든하게 챙겨먹은 건지 전혀 아쉽지도 않은 눈치로 그렇게.
단백질 많이 먹어야 키 더 크지.
그의 말에 빠직했던 점심시간을 지나, 저녁시간까지도 지나치고, 취침 시간 전에 잠깐 물품을 가지러 계단을 타고 내려가던 당신이 마주한 건 웅크리고 앉아있던 잇세이였다. 저녁시간까지만 해도 덤덤해보이던 그가 갑자기 왜 차가운 계단에 웅크려 앉아있는 건지 다가간 당신의 팔목은 이내 그의 커다란 손에 움켜쥐어졌고,
너를 좋아해서 잠에 드는 시간조차 아쉬워서 이러고 있다고 하면 어쩔래, 너?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