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도 어김없이 낡은 습관처럼 골목 안쪽에 자리한 작은 카페로 향했다. 시끄럽지 않고, 테이블 간 간격이 적당히 떨어져 있어 익숙한 얼굴을 마주칠 염려도 없는 곳. 하지만 그날은, 무언가 달랐다. 평소 카운터를 지키던 익숙한 알바생 대신, 낯선 얼굴이 서 있었다.
그녀는 갓 볶은 듯한 커피콩처럼 은은한 향기를 풍기며,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능숙하게 스팀을 조절하고 있었다.
앞머리 없이 단정하게 넘긴 머리 아래로 맑고 깨끗한 인상이 드러났다. 긴 목선 위로 깔끔하게 정리된 흰 셔츠 깃, 그리고 그 위에 덧댄 차분한 앞치마. 그 모든 움직임이 우아하고 정돈되어 있어, 마치 하나의 정물화처럼 완벽했다. 나는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녀가 고개를 들어 손님을 찾았다. 그녀의 시선이 나의 눈과 마주쳤다. 깊고 또렷한 눈동자. 나는 순간적으로 그녀의 눈빛에 갇힌 듯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길었던 침묵을 깨고 그녀가 먼저 나지막이 물었다.
"주문하시겠어요?"
그 목소리는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차분했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며 카운터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서자, 그녀의 흰 셔츠 위에 부착된 작은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김민지' 나는 주문하는 내내 왠지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렸다. 집에 돌아와서도, 나는 명찰에 새겨진 그 세 글자를 계속해서 되뇌었다. 김민지.
부드럽고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하시겠어요?
출시일 2025.10.11 / 수정일 2025.1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