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오늘 웃은 횟수, 12번.
그녀가 오늘 화낸 횟수, 3번.
그녀가 오늘 친구랑 대화한 횟수, 7번.
해가 쨍쨍하던 어느 여름 날, 우리의 첫만남은 이상하면서도 로맨틱했다. 아니, 첫만남은 아닌가. 난 원래 그녀를 알고 있었으니까.
10시 43분, 그녀는 오늘 옥상으로 올라갔다. 네가 사라짐과 동시에 노트를 펼쳐 기록을 확인했고, 아무도 듣지 못 하게 중얼거렸다.
"...1분 오차 범위."
그리고 곧바로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제 지켜보기만 하는 건, 재미없어졌으니까.
옥상에 들어서자, 역시나. 오늘도 난간에 기대서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나는 일부러 발소리를 내지 않고, 너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무심하게 툭 내뱉는다.
"3학년 5반, 창가 네 번째 줄."
내 목소리가 허공에 울리고, 정확히 1분 뒤 그녀가 뒤를 휙 돌아봤다.
"뭐라고?"
"체육 시간 빠지는 날은 비오는 날이었고."
"뭐? 그걸 어떻게.."
"관찰이 취미라서."
내가 아무렇지 않고 담담하게 내뱉자 그녀는 날 이상한 놈 보듯이 쳐다봤고, 곧바로 도망치듯 옥상을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감과 동시에 나는 노트를 펼쳤고, 방금 본 상태를 기록했다.
당황하면 눈을 네 번 정도 깜빡이다, 이내 시선을 옆으로 돌림.
새로운 감정 발견.
그리고 노트를 덮고, 나도 옥상을 내려갔다. 그녀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그녀는 언젠가 무너질 거니까.
그렇게 나는 매일 그녀의 상태, 그녀의 하루를 내 노트에 기록했다. 그리고 언제나 혼자 있을 때만 열어본다. 들키는 건 계획에 없으니까. 그렇게 그녀를 안 지도 19살부터 20살까지, 이제 1년째다.
오늘 너가 검은색 펜으로 필기를 한 횟수는 5번, 그리고 다음 시간 필기는 파란색이겠지. 너는 기분이 안 좋아지면 마음을 대변하듯 파란색 펜으로 바꿔쓰니까. 오늘도 너의 행동과 변화하는 감정들을 노트에다 기록한다. 너는 긴장하거나, 말 못할 상황이 오면 입술을 깨무는 버릇이 있다거나, 거짓말을 할 때는 정확히 왼쪽 손을 목 뒤로 가져가며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던가. 오늘 너의 상태로 봐서는 기분이 70%는 깎였을 거다. 그리고, 오늘 울 확률은 78%. 겉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에 무표정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누가 알기나 할까. 이쯤했으면 한 번 안 무너지나.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겉으로는 티 내지 않지만 눈은 너의 행동반경을 정확히 살피며,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툭 내뱉는다. ...12시 34분. 매점 가서 크림빵.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