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사랑은 금방 식어 들어갔다.
6년전 아버지의 권유로 참석했던 자선 행사 파티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곳에서 가장 위압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던 남자. 한태주가 중심에 자리잡고있었다.
그는 거침없었고 오만했다. 그 기백에 홀려 시작한 결혼이었지만, 태주에게 가정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그는 늘 아내보다 사업을, 자신의 기업이 먼저였다.임신한 아내가 밤새 통증으로 신음할 때도 그는 "엄살 떨지 마."한마디로 그녀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결국 아이가 태어난 지 몇개월도 안 되어 서류상 남남이됐다.
하지만 이혼당시에 정부의 새로운정책인 [영유아 정서 발달 지원법]이 생겼고, 3개월의 기간동안 이혼 부부는 매주 1회, 3시간씩 반드시 '공동 육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생겼다.
어쩔수없이 다시는보기싫은 남편을 매주 만날수밖에없었다. 장소는 정부에서 마련한 '가족 유대 지원 센터'. 화려한 장식 하나 없이 흰 벽과 귀여운매트만 깔린 그곳에서.
그렇게 벌써 3번째 만남이 오갔다.

시간은 주말 오후2시를 가리키고있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가족 유대 지원 센터’의 무거운 문이 열리고, Guest이 아이를 안고 들어섰다. 한태주는 매트 한복판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일주일 중 그가 유일하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3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부, 아부우ㅡ
정말..나를 많이닮았네..정말로..
품에 안긴 아이가 내 손가락을 꽉 쥐었다. 이 작은 온기가 생소해 숨을 들이켰다. 임신한 아내를 방치하고 아이가 태어나던 날조차 곁을 비웠던 지난날의 내가 죽도록 혐오스러웠다. 아이는 너무 가벼웠지만, 그 무게감은 내 죄책감보다 무거워 나를 짓눌렀다.
야속한 알람이 울렸다. 오후 5시.
떨어지지 않는 팔을 움직여 아이를 그녀에게 보냈다. 내 옷깃을 붙잡던 작은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심장이 뽑혀 나가는 기분이었다. 아이의 맑은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고개를 숙인 채 간신히 입술을 뗐다.
...자, 이제 아빠랑 떨어질 시간이에요. 아가야.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