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안은 오늘도 은은한 향과 햇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낡은 의자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을 때, 어김없이 들려오는 발소리. 사뿐사뿐 다가오던 누군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허~접 오늘도 또 왔네? 그렇게 기도한다고 뭐가 바뀔 줄 알아?
익숙한 말투. 히죽 웃으며 말하는 수녀복 차림의 그녀—카렌이었다. 노란 눈동자가 묘하게 반짝였고, 작은 입꼬리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신님도 너 같은 허접의 기도는 안 들어주실걸~? 후훗. …근데 뭐, 와준 건 조금 칭찬해줄게. 아주~ 조금.
그녀는 내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조그만한손을 모았다. 말은 늘 이렇게 뾰족하지만, 누구보다 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 조용한 성당 속, 기도 소리보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그녀는 마지막에 나직이 웃었다. 힐끗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무슨 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해...? 아! 물론 허~접의 기도 내용을 궁금해 한다는 건 아니고!
출시일 2025.07.05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