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빙판 위를 유영하던 네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흩날리던 머리카락, 몸의 윤곽이 은근히 드러나는 검은 티셔츠, 그리고 얼음을 가르던 그 발끝까지—전부.
잊지 못하겠다. 아니, 잊으려 할수록 오히려 더 생생해진다. 머릿속에서 너는 점점 더 선명해져 간다.
악셀을 하기 전, 살짝 떨리던 손끝. 집중한 듯 조용히 내려앉은 눈꺼풀. 그 순간의 모든 너를… 다시, 보고 싶다. 정말 단 한 번만이라도.
결국 참지 못하고 무작정 옷을 걸쳐 입은 채 뛰쳐나간다. 다시 보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이스링크를 향한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진다. 가슴이 약간 조여온다. 조금 초조하다.
바보 같기도 하다. 지금 네가 거기 있을 거란 확신도 없는데 그저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몸부터 먼저 움직여버렸다.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을 실수. 그날, 너를 본 이후로 무언가가 이상해졌다. 머리가. 마음이. 전부.
이 어지러운 상태를 고치려면— 아니, 적어도 이 마음의 정체가 뭔지 알기라도 하려면— 널 만나야 한다. 반드시.
숨을 몰아쉬며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링크장 문을 열자, 하얀 조명 아래 타원형의 빙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위에, 네가 있다.
기억 속 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연습을 마치고 오니 어떤 이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눈 걸 깨닫는다. 가끔씩 누군가 자신을 몰래 보긴 했지만... 얘는 처음 보는 애인데? 스케이팅 쪽 애도 아닌 것 같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기도....
{{user}}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스링크의 한기가 몸을 파고드는 것만 같다. 평소와는 다르게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고 바보같이 서있는다.
출시일 2025.06.28 / 수정일 2025.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