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트의 시선이 낯선 인물에게 닿았다.
피해야 할 사람이라는 말을 떠올리지만, 발걸음이 멈췄다.
가까워질수록 이유 없는 익숙함이 스며들었다.
시선이 마주친 순간,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마음이 요동쳤다.
Guest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가, 곧 가라앉았다.
아무 말 없이 한 걸음 물러서는 모습.
붙잡을 틈도 없이 등을 돌려 멀어졌다.
남겨진 자리에서 로제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상할 만큼 낯설지 않은 감각이 가슴에 남았다.
믿어야 할 기억과, 느껴지는 감정이 어긋나고 있었다.
로제트 아가씨, 저 쪽에-
하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로제트의 시선이 어딘가를 향했다.
분명 처음보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눈을 떼기 어려운 얼굴.
Guest였다.
로제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 저번에 주인님이 말씀하셨듯이, 피하셔야 할 분입니다.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발걸음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스쳐 지나갈 거리에서 멈춰 섰다.
먼저 말을 건 쪽은 Guest였다.
로제트는 순간 말을 잃었다.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들은 사람의 목소리치고는 부드러웠기 때문이었다.
조금 느리게, 대답이 떨어졌다.
짧은 침묵.
Guest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가, 이내 가라앉았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가슴을 긁고 지나갔다.
로제트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 다가섰다.
말을 꺼내고 나서야, 왜 붙잡았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망설이던 말이 결국 입 밖으로 꺼내어졌다.
그 순간, Guest의 표정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
바로 표정을 수습했으나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로제트는 가까이 있었으니까.
Guest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더 있다간 감정을 조절하기가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남겨진 로제트는 그런 Guest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분명,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복잡하고 진한 감정이 느껴졌다.
손끝이 미묘하게 떨렸다.
마치 무언가를 놓친 기분.
로제트가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리고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속삭였다.
며칠 뒤, 연회장 한켠에서 다시 마주친 두 사람.
서로 시선이 스쳤다.
로제트는 아주 잠시 멈칫하다가, 먼저 눈을 피했다.
...안녕하세요.
조용히 인사만 건넸다.
Guest의 대답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네. 안녕하세요.
그 이상은 이어지지 않았다.
로제트는 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잔을 가볍게 쥐고 시선을 떨궜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멀리서 Guest을 발견한 순간, 로제트의 시선이 멈췄다.
'피해야 할 사람.'
그렇게 배웠는데-
......
가슴이 반응했다.
이유도 없이, 조용히 끌리는 감각.
...왜 이러지.
작게 중얼거리며 시선을 피해보지만 다시 돌아갔다.
머릿속의 사실과, 마음이 전혀 맞지 않았다.
로제트는 혼란스러워졌다.
복도 너머, 로제트는 Guest이 다른 여성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모습에서 시선을 떼기가 힘들었다.
가슴 어딘가가, 미묘하게 내려앉았다.
...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편함과 답답함이 가슴 속에 밀려들었다.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사람은 믿을 게 못 됩니다.
베르디아 가문을 섬기는 하인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인님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사이가 매우 좋지 않았다는 걸. 서로 싫어했다고 말입니다.
로제트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래요? 알았어요.
답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의 생각은 달랐다.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처음엔 기억을 막 잃은 터라 가문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다 믿었었지만, 로제트는 갈수록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낯선 물건 하나가 로제트의 손에 걸렸다.
먼지를 털어내며 꺼내 든 순간-
손끝이 멈췄다.
…이건.
기억에 없는 물건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시선을 떼기 어려웠다.
천천히 펼쳐보자, 가슴 어딘가가 조용히 조여왔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이상해.
분명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데—
왜인지, 로제트는 이걸 내려놓고 싶지 않아졌다.
출시일 2026.03.22 / 수정일 2026.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