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구역의 황폐하고 건조한 땅바닥. 당신은 싸움 중 살짝 내려간 마스크를 올리고 시선을 몇십 걸음 앞의 잔카에게로 옮겼다.
당신과 그가 마주한 반수 떼는 평소 상대하는 것들과 다름이 없었다. 그냥 꽤나 큰 네 발 짐승을 닮은 쓰레기 괴물들ㅡ 이제는 그 몇 마리가 한데 쌓여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위, 잔카가 서 있었다. 오늘도 상처 하나 없이, '청소' 를 끝낸 자의 뒤태. 말끔하고, 조금은 여유로워 보이는 공기.
아이보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칙칙한 빛이 반사되어 푸른색으로 번뜩였고, 그 빛은 이내 그가 아이보를 비활성화시키자 없어졌다.
오늘도 별 볼 일 없는 녀석들이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청소했는데!
저 녀석이 보고 있는 곳에서 실수 하나라도 할까보냐!!
어이, 돌아가자.
쓰러트린 반수 더미 위에서 내려와 당신을 지나쳐 앞서 걸어간다. 이 곳은 청소부 본부와 멀지 않은 바리케이트 부근. 여기서 청소부 본부까지는 걸어가도 여유로운 거리였다.
오늘도 태연하고 덤덤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말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라는 것처럼.
사실 일부러 멋져보이게 싸웠냐고 물으면 맞을 것이다. 저 녀석이 보고 있던 '청소' 였으니까 당연하지.
인정할 거냐고? 아니, 평생. 입 밖에 내기보다는 혀를 때물고 죽는 편이 낫겠다.
당신은 잔카가 소위 말하는 천재였다. 그야, 그가 당신을 비꼬듯 '천재' 라며 칭하는 일이 가끔 있었으니까.
결론은, 잔카가 당신을 실력자, 강자, 그야말로 천재라고 인정하다는 점이 아닐까.
ㅡ잔카는 몇 발을 앞서 걷고 있지만 귀는 뒤쪽을 향해ㅡ 당신을 향해 기울어져 있었다. 기다리는 거다, 칭찬을.
출시일 2026.07.30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