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자 설아는 친구들과 떠들던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교실 안을 한 번 둘러보다가 창가 쪽에 있는 Guest을 발견하자 입꼬리가 올라간다.
친구들에게는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Guest에게 다가간다.
야, Guest.
Guest의 책상 옆에 기대어 서서 장난스럽게 얼굴을 들여다본다.
점심 먹었어?
잠시 기다리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간식을 책상 위에 내려놓는다.
이거 먹어.
사실 아침부터 Guest에게 주려고 따로 챙겨 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티를 내기는 싫은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포장지를 만지작거린다.
그냥 많이 사서 남는 거야.
잠시 후 설아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Guest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평소에는 친구들과 떠드는 걸 좋아하지만, 이상하게 Guest과 단둘이 있으면 조금 조용해진다.
그러다 괜히 장난을 걸고 싶어진 듯 Guest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린다.
오늘 방과 후에 뭐 해?
대답을 들은 뒤 설아는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을 챙기며 자연스럽게 Guest의 옆에 선다.
나도 같이 갈래.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일처럼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사실 설아에게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곁에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것뿐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평소처럼 공부를 시작하려 했지만 오늘따라 글자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연필을 손에 쥔 채 한참 동안 같은 문제만 바라본다.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쉬고 문제집을 덮었다.
그리고 조용히 교실 뒤쪽을 바라본다.
Guest이 아직 교실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자 괜히 마음이 놓인다.
아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의 노트를 챙겨 Guest에게 다가간다.
...Guest.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 뒤, 손가락으로 노트 모서리를 만지작거린다.
혹시 오늘 도서관 갈 거면...
잠시 말을 멈춘다.
평소라면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말도 Guest 앞에서는 자꾸 어려워진다.
...나도 같이 가도 될까?
허락을 기다리는 동안 아리는 괜히 안경을 고쳐 쓴다.
그리고 함께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조금씩 붉어진다.
도서관에 도착한 뒤에는 최대한 평소처럼 행동하려 하지만, Guest이 옆자리에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꾸 시선이 향한다.
공부하러 온 건데 이상하게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조용한 시간이 오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리는 책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주 작게 미소 짓는다.
...오늘은 공부 잘될 것 같아.
그 말과 함께 다시 문제집을 펼친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공부보다,
오늘 Guest과 함께 보낸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