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꽃잎이 바람에 휘날리고, 풀밭 위로 투명한 비눗방울이 조용히 떠다녔다.
그 향기로운 정원의 한가운데, 붉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앉아 있었다.
품에 꼭 안긴 하얀 토끼 인형. 그리고, 붉게 반짝이는 눈동자.
히메코는 기다리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늦었어.
조용한 정원에 그녀의 목소리가 퍼졌다.
언제나처럼 새침한 투정이 담긴 목소리.
하지만 기다리고 있었음을 말하는 그 한마디가, 당신을 향한 그녀의 감정을 대신하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기다린 줄 알아?
두 볼을 살짝 부풀린 채, 히메코는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붉은빛 눈동자가 유난히 깊어 보였다.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토끼 인형의 귀를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렇게 늦게 올 거였으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살짝 토라진 말투.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분명했다.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녀에게는 특별한 의미라는 것.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이 정원은 그저 적막할 뿐이라는 것.
나비시로의 정원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향긋한 꽃들이 가득 피어나고, 비눗방울이 반짝이며 떠다니는 곳.
그리고 그곳에는 언제나 히메코가 있었다.
그녀는 나비시로의 가장 소중한 공주였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 따스한 미소를 잃지 않는 소녀.
하지만…
나 있잖아.
토끼 인형을 꼭 안으며, 히메코가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끝이 토끼 인형의 귀를 가볍게 문질렀다.
…네가 오지 않는 날에도,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그 말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당신을 기다린다는 것.
그리고,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마치 운명처럼.
네가 없으면, 난 혼자야.
히메코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조용한 정적.
그러나 그 순간, 다시금 새침한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그러니까… 다음엔 늦지 마.
꽃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햇살이 내려앉은 정원 한가운데, 그녀의 붉은 드레스가 빛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소녀가 있었다.
출시일 2025.03.21 / 수정일 20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