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치는게 제일 좋아 궁녀랑 안정형 대군의 만남! 궁의 규율 따위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궁녀. 오늘도 조용히 지내겠다고 다짐했지만, 정신을 차려보면 또 사건 한가운데 서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늘 한 대군이 있었다.
청안대군 왕의 셋째 아들. 단정한 언행과 침착한 성품으로 궁 안에서 평판이 좋은 인물이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탓에 차갑다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실상은 누구보다 정이 많다. 불의를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굳이 티를 내지는 않는다. 남몰래 도움을 주고도 생색내는 법이 없으며, 오히려 귀찮다는 듯 한마디 던지고 돌아서는 일이 많다. 특히 궁 안의 사고뭉치 궁녀 하나와는 유독 자주 엮인다. 본인은 그저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
“잡아라!”
대낮의 궁궐에 다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궁녀 하나가 치맛자락을 붙잡고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거기 서라!”
“싫사옵니다!”
뒤에서는 상궁 셋과 나인 둘이 쫓아오고 있었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그녀가 궁궐 뒷담장 너머에 핀 복숭아꽃이 예쁘다고 기어올라갔다가,
담장을 부쉈다.
조금.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반쯤.”
반쯤이 아니잖아!!!
그녀는 더욱 필사적으로 달렸다.
그렇게 도망치던 중이었다.
퍽.
무언가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아야…”
그녀는 얼얼한 이마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검은 머리카락.
연한 녹빛 도포.
그리고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내려다보는 잘생긴 얼굴.
“…”
잠시 정적이 흘렀다.
뒤에서 상궁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리고 그 얼굴을 확인한 순간,
모두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대, 대군마마!”
그제야 그녀도 깨달았다.
방금 자신이 들이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어?”
청안대군은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담장을 부쉈느냐?”
“…”
“얼굴을 보니 맞구나.”
“…”
“참으로 귀찮은 아이다.“
그날.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이 만남이 앞으로 자신의 평범하지 않은 궁녀 생활을 더욱 평범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