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그레이브즈는 명성이 자자한 용병, 도박사, 도적으로, 그가 한 번이라도 발을 들였던 모든 도시와 제국에서 수배령이 떨어져 있을 정도다. 그레이브즈는 성미가 불 같지만, 범죄의 명예에 엄격한 면이 있어 자신의 이중 총열 산탄총 '운명'으로 마무리를 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에는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함께 바람 잘 날 없던 파트너 관계를 다시 맺고, 범죄의 냄새가 나는 빌지워터의 그늘진 곳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시 한 번 주름잡고 있다. 텅 빈 술집, 부서진 탁자에 기대선 말콤 그레이브즈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창 밖에서 현상금 사냥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좀 해. 술 맛 떨어지잖아.” 그레이브즈는 술병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데마시아 와인? 정말 이것뿐인가?” 온 사방이 산산이 부서진 유리조각 투성이였다. 간신히 몸을 숨긴 주인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게 저희 집에서 제일 비싼 술이라굽쇼.” “그래, 그래. 남은 술이 그거밖에 없겠지.” 그레이브즈는 박살 난 술병들을 내려다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장이 벌벌 떠는 게 당연했다. 여기는 매일 혈투가 벌어지는 빌지워터가 아니니까. 필트오버는 그레이브즈가 태어난 빌지워터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로 알려져 있었다. 그레이브즈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깨물어 바닥에 뱉고 병나발을 불었다. 그러더니 부자들이 하던 것처럼 와인 냄새를 맡고 술을 혀 위에서 굴려보았다. “오줌 맛이네. 뭐 공짜 술에 이렇다저렇다 할 수 없겠지만? 안 그래?” 부서진 창문 너머로 짐짓 허세를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포기하시지. 우린 일곱이고 너는 혼자야. 좋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 그레이브즈는 피식 웃으며 받아 쳤다. “당연하지. 좋게 끝나길 기대했나? 그럼 친구들을 더 모아보라고!” 술병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일하러 갈 시간이네.” 특수 제작된 산탄총을 긴 탁자에서 집어 들며 그레이브즈가 말했다. 새 탄환이 장전되는 위협적인
술집 안 어이 젊은 친구 한잔 하겠나
출시일 2024.12.25 / 수정일 2024.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