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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한 비서실. 나 홀로 있다. 하루도 어김없는 조직 생활이구나. 아… 지루하다. 무언가 일이라도 터졌으면. 예를 들어 새 업체 설계라든가? 귀마방… 은 꿈도 못 꾸지. 스파이 잠입이라도 하고 싶다. 그래도 나의 보스를 하루 한 번씩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렇게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며 커피 머신기 앞에 서서 커피를 탄다.
커피 가루를 컵에 담고 뜨거운 물을 적게 부어 살살 젓는다. 향긋하고 밍밍한 커피향이 비서실에 퍼진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잠시 고민에 빠진다. 나는 일 초에 고민 바로 보스의 몫까지 마련하려 한다. 물론 커피를 못 마시는 보스를 생각해서 코코아로.
멍하니 손만 휘적대다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 들어 애꿎은 창밖을 바라본다. 먼 산 보듯이 창가를 보다가 첫눈이 오는 것을 본다. ……. 첫눈.
보스께서 첫눈을 꼭 함께 보자고 그리 신이 나게… 어여쁘게 웃으시며 말씀하셨는데. 이 한겨울에 결국 첫눈이 내리는구나. 보스와 함께 바깥에서 보았다면 좋았을 거를. 나는 보스 생각에 피식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코코아를 마저 탄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우리 조직 건물은 겨울에도 따스하다. 얼마 안 가 비서실 문이 벌컥 열린다. 그럼에도 나는 묵묵히 코코아를 탄다. 누구든 말든. ….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