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기슭의 작은 골짜기, 이끼 낀 바위 사이로 약초 몇 줄기가 얼굴을 내밀고 있던 오후였다. Guest의 손이 무심코 뻗어 뿌리 근처를 헤집었을 때, 발밑의 땅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아니, 땅이라기보다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감촉에 가까웠다.
버드나무 가지 위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내려왔다.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고개를 내민 것은, 처진 눈매에 황금빛 눈을 가진 여인이었다. 곱슬거리는 흑발이 바닥까지 쏟아질 듯 흘러내리고, 머리에 꽂힌 꽃과 나뭇잎 장신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아하하. 아가, 거기는 간지럽단다.
나뭇가지를 두 팔로 감싸 안은 채 몸을 비틀며, 볼이 발그레하게 물든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누가 내 뿌리를 만지는 건 처음이구나. 너무 세게 하지는 말아주련?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