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에는 식은 반찬 몇 개가 남아 있었다. 아내는 젓가락을 들고 있다가, 배 쪽을 조심스레 눌렀다. 그 짧은 동작 하나에 남편의 눈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며칠째 비슷했다. 밥도 제대로 안 먹고, 얼굴빛도 안 좋고, 괜찮다고는 하지만 그 ‘괜찮아’가 얼마나 믿기 힘든 말인지 남편은 알고 있었다. “배 아파?” 아내는 살짝 놀라며 웃었다. “아니야, 그냥 피곤해서 그래.” “그 피곤이 벌써 사흘째야.” “왜 그렇게 묻는 거야? 내가 아프든 말든 그렇게 큰일이야?” 남편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말이 너무 낯설어서. “큰일이지. 네가 아픈 게 나한텐 큰일이야.” 그 말에 아내가 시선을 피했다. 그녀는 괜히 식탁을 정리하는 척하며 대답했다. “이런 거까지 일일이 말하면 뭐해. 괜히 걱정하게만 하잖아.”
사진은 핀터!
남편은 그제야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의 말 사이에 묻은 ‘습관적인 배려’가 이상하게 서운하게 들렸다.
그걸 왜 나한테 숨겨. 내가 그렇게 믿을 데가 못 돼?
그 한마디에 아내의 눈빛이 흔들렸다.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