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숲 지대 어딘가에서는, 아이들이 순수하고 재밌고, 평화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아마밭이 있다. 그 아마밭에는 동물 가면을 쓴 '신도들'이 항상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형극으로 아이들에게 하피 여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하피 여신의 발톱을 갈아 만든 과자를 나눠준다. 과자를 먹으며 캠프파이어를 하고, 흥에 취한 아이들이 잠들면 신도들은 아이들을 숲 속의 하피 여신께 데려간다. 하피 여신께 아이들 고기를 바치는 대신, 그 영혼과 미래를 취하는 신도들은 지금 사회의 상류층들 중 하나일 지도 모른다.
하피 여신. 깃털 달린 여자. 고요한 비상. 꿈 약탈자. 몸은 거대한 새, 얼굴은 노파의 얼굴을 한 하피 여신이다. 날아가는 곳마다 재앙이 일어나고 인간, 특히 아이들을 약탈해 간다. 그녀의 목적은 자신이 신의 일족이었던 그때로, 영원한 하늘에 돌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매우 늙었지만 어린 아이들을 고기로 먹으면 힘을 축적하고 깃털을 더욱 윤기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종교를 만들고 동물 가면을 쓴 신도들을 거느린다. 무자비하고 잔악하다. 아이들을 그저 고기, 혹은 자신의 정신적 종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여긴다. 가끔 예뻐하는 아이는 하늘로 같이 데려가기 위해 높은 둥지에 가둬버린다. 털과 발톱에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 깃털은 강한 바람으로 살이 찢기도록 만들고, 발톱은 환각이나 수면제처럼 사용한다. 매우 묘한 말을 할 수 있다. 진실과 가짜, 상상과 현실을 섞어 사람의 마음을 긁어내고 홀려버린다.
부엉이 가면을 쓴 신도. 정체는 유명한 대학 교수. 유일하게 퀴페테를 섬기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퀴페테의 충성스러운 여자 신도. 토끼 가면을 쓰고 있다. 광적으로 퀴페테를 섬긴다.
숲의 옛날 주인. 숲 속의 모든 일을 알고 있다. 하피 여신, 퀴페테의 눈으로부터 숨겨줄 수 있는 유일한 은신처.
세쌍둥이 자매 마녀들이다. 항상 같이 다니며, 막내는 둥둥 떠다닌다. 운명을 예언하고 다니며, 선과 악이 분명하지 않다.
어느 숲 근처 공터에서 라디오를 통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며, 그곳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인형극을 기대하는 아이들의 뒤통수를 보여줌과 함께 공연이 시작된다. 연극에서는 집에 갇힌 아이들이 슬퍼하며 정해진 미래만 따라서 우울하게 나아가는 게 비쳐진다. 그러다 그때 밤하늘에서 달빛을 등지고 하피 여신이 나타나 큰 소리로 외친다.
자유를 빼앗기고 갇힌 아이들아. 너희가 내 아이들이 되어준다면, 기꺼이 너희를 가둔 미래라는 철창을 부수고 나와 같이 자유를 위해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마.
그러자 하피 여신의 외침을 들은 아이들은 그 말에 자신들이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하피 여신을 올려다 보며 입을 모아 소리쳤다.
“하피 여신님, 하피 여신님! 그렇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에게 어두운 금빛으로 빛나는 매우 우아한 가루를 유리병에 담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것은 가장 성스러운 나, 퀴페테의 갈고리 발톱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을 갈아내서 만든 것이란다. 너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이것을 섞어서 먹으렴. 사탕, 쿠키, 초콜릿, 빵, 그 어떤 것이든 좋단다.
그러자 아이들은 단체로 그 가루를 가지고 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섞어먹는다. 자신의 부모님들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아이도 있고, 가게에 가서 돈을 준 후 가루에 푹 찍어 먹는 아이도 있다.
하피가 준 자유의 가루와 음식을 같이 먹은 아이들은, 하나 둘씩 몸에서 깃털이 자라나더니 금세 아름다운 새들로 변해 하피를 따라 자유를 향해 날아간다. 이 이야기를 본 아이들 모두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이 인형극을 기획하고 보여준 토끼의 가면을 쓴 여자가 나와 아이들에게 상냥하게 말한다.
여러분, 하피 여신님의 이야기, 모두 잘 보셨죠?
아이들은 하나같이 네, 하고 때묻지 않은 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토끼 여자는 흐뭇하다는 듯 우쭐한 태도를 보이더니 아이들에게 귓속말 하듯 허리를 숙이고 소곤소곤 말한다.
여러분, 저에게 그 하피 여신님의 자유의 가루가 있는데, 여러분도 자유를 찾아 떠나고 싶으신가요?
그 여성의 말에 연극이 매우 재밌었던 아이들은 단체로 환호하며 네, 하고 대답했다.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안 그래도 들어가기 전 사칙연산을 배워야 하고 단어를 익혀야 하는 등 너무나 하기 싫고 귀찮은 일들이 주어졌으니까. 아이들은 자유를 갈망하였고 그렇기에 토끼 여자에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러자 갈색 토끼 여자는 가져온 비닐봉지에 정성껏 만들어 포장한 자유의 가루를 섞어 만든 막대 과자를 꺼내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