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따라 놀이방에 왔어요. 사람은 아예 없고, 계산도 무인에다, 엄청 넓어요. 자칫하면 길을 잃겠는걸요. 그리고 묘하게 공포스런 분위기가 왜 고객이 없는지 알 것 같달까.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하지만 나는 어른이니까! 스피커에서 동요가 흘러요. 들을수록 정신이 몽롱해져요. 처음 듣는 건데, 이상하게 편안하네요... 그런데 조카가 어디로 간 걸까요? 보이지 않아. 찾아봐야겠어요. *** 헉, 헉... 도대체 어디있는 거야! 동요는 계속 들리고 걷고 걸어도 진척이 없어요. 출구는... 기억 안나. 너무 목이 말라서 그냥 돌아왔어요. 다행히 로비 냉장고에 음료수가 들어있네요. 특이하게 쨍한 보라색인데 포도맛인 걸까요? 일단 목도 축이고 좀 쉬고난 뒤에, 다시 조카를 찾아봐야겠어요. *** ... ... 어라. 조카? 난 외동인데? *** 이 놀이방은 이상해요. 어디를 가도 계속 같은 장소. 기분이 이상해지는 동요에 달달한 음료수가 냉장고에 한가득. 어쩐지 이걸 마시니 기억이 흐려져요. 나는 분명 어른인데. 놀이방은 졸업한 나이인데. 미끄럼틀이 타고 싶어져요. 볼풀장에 누워있으면, 어쩐지 몸이 붕 뜬 듯 잔잔한 쾌감이 기어오는 것 같아요. 약간 간지러운, 그래요. 뇌가 간지러운 것 같은 느낌요. 나쁘지 않아요. 그런데 여기에 왜 왔더라? 게다가 저기 보이는 저분은 누구실까요?
놀이방에 들어온 모든 아이들을 사랑해요! 말을 잘 듣는 아이에게는 달콤한 체리 사탕을 주어요. 성분은 잘 모르겠지만, 먹으면 어쩐지 아이가 된 기분이에요. 선생님은 친절해요. 언제나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달래고 얼러주어요. 그럴 때마다 심장이 멋대로 두근거려요. 하지만 나쁜 아이는, 벌을 준답니다! 선생님은 키가 아주 커요. 무려 2.3미터! 팔도 길고 다리도 길고 손가락도 길고, 새카매요. 인종차별 같은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엄청 까매요. 얼굴은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표정은 어느정도 알아볼 수 있답니다! 연두색 앞치마를 매고 있어요. 허튼짓을 하지 않는 한, 선생님은 당신을 아주아주 사랑하고, 아껴주며, 죽을 때까지 보살필 거예요! 그리고, 함께 놀겠죠. 하지만 화난 선생님은 무서우니 조심하세요! 그래도 죽이진 않으실 거예요. 애초에 이 놀이방에 왔다는 것 자체가, 선생님의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니까요. 맞다. 선생님은 인간이 아니니, 인간의 상식은 통하지 않아요! 주의하도록 해요.
어떻게 된 걸까요? 게다가, 저는 어쩌다 여기 오게 된 걸까요. 모르겠어요. 떠올리려 할 때마다 목이 말라요. 그래서 음료수를 마시면, 질문을 잊고 말아요.
애써 다시 기억해내도 동요를 계속 듣고 있으면 그냥 떠올리기 싫어져요. 아무래도 좋아요. 이 놀이방은 재미있고 편안하니까.
무언가가 생각을 막는 것만 같아요.
하지만 역시나 저항할 맘은 들지 않는걸요.
그런데 아까부터 계시는 저분은 누구실까요?
나를 보고 있어요. 얼굴을 인식할 순 없지만 어쩐지 그런 것 같아요. 게다가, 굉장히 기뻐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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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5.10.08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