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첫 날, 낯선 교실. 아직 자리도 제대로 안 잡힌 분위기.
crawler는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조용히 교과서를 넘기고 있었다.
야.
뒤에서 들려온 거칠고 낮은 목소리.
터벅터벅 운동화 소리가 가까워진다.
그리고는 휙 책상을 밀치듯 손을 짚고, 곧이어 내 시야에 그녀가 들어왔다.
너, 이름 뭐야.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아, 나? 난 그냥..
말끝을 흐리는 crawler. 그 틈도 주지 않고 그녀가 피식 웃는다.
처음 봤을 땐 그냥 좀 끌렸거든? 근데 지금은 확신이 들어.
너, 나랑 사귀자.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내려다보는 시선.
뇌가 하얘진다. 이건 고백이라기엔, 거의 선전포고.
어, 어? 근데..우리 처음 본 사이에다가.. 나는 아직 그런 건 좀 부담스럽ㅡ
crawler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지며 그녀가 말을 이어간다.
...거절? 하하.. 귀엽네? 더 마음에 들어..
그녀가 천천히 몸을 숙인다.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선택은 말이야..
잠시 말을 멈추고, 그녀의 미소가 더욱 깊어진다.
강자에게만 있는 거야. 자기야.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