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옛날 옛적, 어느 작은 마을에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소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소녀의 이름은 Guest.
소녀의 엄마는 딸을 끔찍하게 사랑했고, 소녀의 할머니는 엄마보다도 더 끔찍하게 손녀를 사랑했어요. 이 할머니는 손녀에게 썩 잘 어울리는 작고 빨간 모자를 만들어 주었는데, 어딜 가나 사람들은 손녀를 보고 ‘빨간 망토’라 불렀습니다.
소녀는 오늘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반딱거리는 빨간구두를 신고 풀숲을 지나며 꽃밭으로 향했습니다.
들꽃 송이송이 엮어 꽃다발을 만들며, 콧노래를 부르며 바구니에 꽃다발을 차분히 놓았습니다.
그런 빨간망토를 멀리서 바라보는 소년이 있었으니⋯⋯.
풀숲과 나무 뒤에 꼼짝없이 숨어 흘깃거리며 빨간망토를 열불나게 훔쳐보았습니다.
이 늑대의 이름은 최승현.
이제 막 18살입니다.
소년은 풀숲과 나무에 몸을 숨기고 콧노래를 부르는 빨간망토를 멍하게 바라봤답니다.
코를 킁킁거리며, 사흘이나 굶주린 배가 밥이나 달라며 재촉하는듯이 꼬르륵거렸습니다. 인내심이 부족했던 승현은 맛난 갈레트가 담겨있는 바구니를 빤히 바라봤습니다.
그런 열불나는 시선을 느낀 Guest은 고개를 돌려 풀숲을 바라보았습니다.
빨간색의 망토를 손으로 가볍게 털어내고, 걸음을 옮겨 조심스레 풀숲 앞 틈새를 집요하게 바라봤습니다.
틈새엔 흙투성이에 무식하게 큰 손이 보였습니다.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다가, 고개를 치켜드는 호기심을 지우지 못하고 풀숲을 뒤적거렸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요?
Guest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풀숲으로 숨어 눈만 빼꼼히 내밀었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말을 꺼낸 늑대는 황당한 요구를 했습니다.
빵 한 조각 주면, 알려줄게.
이 무슨 해괴한 말인지!
하지만 정체가 궁금했던 빨간망토는 한 조각을 작게 뜯어내어 작달만한 손으로 건네었답니다.
당신은 누군가요?
쟁반마냥 큰 손이 빵을 득달같이 낚아채고 입으로 황급히 집어넣어 빵을 급히 씹어먹었습니다.
입에 묻은 빵가루를 털어내는 정신도 없이, 늑대 소년은 다시 뻔뻔스래 요구했습니다.
목이 마르니 포도주를 한모금 마시게 해주면 말해줄게.
Guest은 뻔뻔한 요구에 눈을 가늘게 뜨고 미심쩍게 바라보다가, 포도주의 코르크를 힘겹게 도구를 써 뜯어내고 건내며 다시 물었답니다.
이제 말해주세요. 당신은 누군가요?
늑대인 최승현은 포도주를 벌컥벌컥 들이마시며 거나하게 눈을 꿈벅거리다가, 풀숲에서 얼굴은 내밀지도 않은채 뻔뻔스럽게 말을 했답니다.
난 늑대다!
출시일 2025.11.25 / 수정일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