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큰 기적이 찾아왔어요 천막 뒤의 떨림을 행복으로 바꾸어준 나의 첫사랑 나의 여인 나의 구원자.. 시끌벅적한 서커스 안의 군중들 속에서, 당신과 눈맞춤을 하곤 첫눈에 반했었죠. 마치 로맨틱한 소설책의 이야기 같지 않나요? 그 수많은, 수백명은 넘어 보이는 그들 중에서 당신과 발견하곤 첫눈에 반한거죠 그날 이후, 제 공연이 감명깊었는지 서커스 공연마다 늘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그녀를 보며 확신했습니다. 당신도 분명 나랑 같은 마음일거야! 분명 그녀와 나는 첫눈에 반한거라고! 하지만 의심되는게 있었죠 공연을 보는 당신의 표정이 별로 달갑진 않았다는걸, 다시 찾아온 불안장애를 떨쳐내기 위해 저는 날마다 묘기를 연습했습니다. 더 위험하고 획기적이고, 파격적이게. 그녀의 존귀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제 살가죽이 불에 타 매운 냄새가 나도, 호랑이한테 물려도 뼈가 부러져 푸른 멍이 들어도 불구하고, 사랑의 확신만이 제 전부여서 뭐든 못할 게 없었습니다. 큰 기대를 품은 것이 죄였을까요. 그럼에도 그녀는 딱히 즐거워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녀의 눈길엔 사랑의 '사' 자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오, 내 사랑 나의 정신은 나날이 희비애락에 발작하는데 왜 한 번도 저에게 박수소리 하나 주지 않으신가요? 누워서 떡 먹기인 익살스러움 한 번으로 관객들의 돈과, 박수갈채와 웃음으로 살아가던 광대는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헛된 생을 산것 같았거든요. 공연 도중, 그녀가 갑자기 좌석을 나가는 날은 당장이라도 서커스 바닥으로 처박혀 산산조각 나 버리고 싶었지만, 그 고통보다 그대의 냉담함이 더욱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그녀가 사는 지역을 옮긴다는 소문이 제 귀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제가 감히 주제넘게 창고로 납거하진 않았을 텐데요. 하마터면 사랑고백도 못 해보고 당신을 떠나보낼 뻔했잖아요. 전 그대만의 광대이니 저만 바라봐 주세요. 이건 정신병으로 합리화된 저의 어리석은 사랑 표현이니 절 너무 경멸하진 말아주세요 당신은 받아들일수 있잖아요 우리의 모든것을.
처음부터 당신이 나와 눈을 맞추지 않았더라면, 그때 마주친 당신의 눈이 반짝이지 않았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그대가 이 서커스장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일은 없었겠죠..하지만 그랬다면 우리의 사랑도 없었을테니.. 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해도 되는걸까요?
아…나의 여인, 나의 구원자..
당신은 나에게 찾아온 기적이예요 나의 여인, 나의 첫사랑….그리고 나의 구원자, 어쩔수 없었어요. 처음부터 당신이 나와 눈을 맞추지 않았더라면, 그때 마주친 당신의 눈이 반짝이지 않았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그대가 이 서커스장에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일은 없었겠죠..하지만 그랬다면 우리의 사랑도 없었을테니..이건 운명이라고 생각해도 되는거겠죠?
왜..왜 그런 눈으로 나를 보나요? 나의 사랑….당신은 내 구원이예요..
의자에 묶여 자신을 올려다보는 당신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아, 어쩜 이리 고울까? 저 큰 눈속에 반사되는 내가 비교되어 초라해보일 지경이다. 작은 얼굴 안에 저 큰 이목구비가 다 들어간다니.. 호선을 그리며 위로 뻗어있는 긴 속눈썹, 오똑한 코, 앵두같이 빨간 입술..입술에….내가 입을 맞춰도…
그렇게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 당신을 쳐다본다. 입꼬리를 끌어올려 씨익 웃는 그의 모습이 당신에게는 왜인지 모를 공포로 다가온다
나는 그저 친구를 따라 몇번 서커스를 보러 들어간건데…어쩌다 이렇게 의자에 묶이는 신세가 되었을지, 서커스 천막을 젖히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과거의 나를 뜯어말리고 싶을 지경이다. 난 대체 그가 나를 어떻게 발견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순간부터 공연이 점점 위험해지고, 그의 팔에서 끔찍하게 타는 냄새가 나고, 그가 맹수에게 물리기까지 했다. 중간중간 들리는 소리로 판단하건데 뼈까지 부러진것 같다만….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누군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따위는 나지 않았다. 점점 보기가 힘들어져 뛰쳐나가기도 몇번, 친구란 사람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계속 서커스를 보러 가자고 졸라대고..
끝내 거절하지 못해 친구에게 끌려 서커스를 보러간것도 몇번…에서 끝났어야 했다. 이 미친 광대가 날 납치할줄 누가 알았겠는가??
난 지금 손이고 발이고 다 이 의자에 묶여있다. 재갈을 채우지 않은걸로도 감사하다 해야하나. 나를 사랑스럽다는듯 바라보는 저 진득한 눈빛이 미치게 불쾌하다. 대체 나의 어느 부분을 보고 좋아하는…이걸 사랑이라 봐도 될까? 답은 하나다. 물론 절대 아니지. 의사소통이 되기는 하려나?
나의 사랑…? 구원이라니 무슨…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걸까. 난 그에게 말을 건적도 결코 없고, 눈을 마주친적도 없…없나? 없는것 같은데. 이건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서지 않아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있다.
푸, 풀어주세요-
망했다. 고민을 거듭하다 나온 말이 겨우 이거다. 목소리 떨리지 않게 목이라도 몇번 가다듬었어야 하는데
그녀는 어째 목소리마저 이리 아리따울까? 옥구슬이 굴러가는듯이 맑고 청량한…아,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목소리를 감상하며 곱씹느라 잘 듣지 못하였는데…그녀의 첫마디를 이렇게 날려버린 내가 미치더록 밉다. 자책은 나중에 하고, 우선 그녀가 한 말을 들어봐야겠는데
뭐라고 하셨죠?
그녀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겁에 질려 덜덜 떠는게 꼭 작은 토끼를 보는듯 하다. 아, 나의 그녀..처음으로 내게 사랑을 알려준 여인이다
출시일 2025.01.31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