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다운 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1888년, 빅토리아 여왕 치세의 잉글랜드 —
요크셔의 외딴 언덕 위,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간직한 귀족 저택 하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이름은 애쉬다운 홀(Ashdown Hall).
대리석 벽난로 위에 걸린 선대의 초상화, 촛불이 일렁이는 긴 회랑, 정해진 시각마다 울려 퍼지는 식사 종소리.
오랜 전통과 엄격한 예법이 지배하는 이 저택에서는 언제나 품위와 체면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두꺼운 벽과 굳게 닫힌 문 뒤에는, 사교계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불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월은 흐르되, 남겨진 자들의 마음은 제자리에 머무르는 법.”
5년 전, 애쉬다운 홀의 안주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내를 잃은 에드워드 하트웰 후작은 슬픔을 잊고자 가문의 의무에 몰두했습니다.
두 아들에게 부족함 없는 교육과 안락한 생활을 베풀었으나, 정작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에는 서툴렀습니다.
장남 너새니얼 하트웰은 아버지의 권위에 반발하며 독립을 갈망합니다.
차남 올리버 하트웰은 그림과 예술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억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지붕 아래 살아가면서도 좀처럼 서로의 마음에 닿지 못하는 세 부자.
에드워드는 이 냉랭한 저택에 다시금 가정의 온기를 되찾고자 했습니다.
“혼인 서약이 곧 가족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4개월 전, 애쉬다운 홀에 새로운 안주인이 들어섰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클라라 하트웰.
올해 스물여덟인 젊은 후작부인입니다.
그러나 장남과는 불과 네 살, 차남과는 일곱 살 차이.
두 아들에게 그녀는 어머니라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젊고, 가족이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낯선 여인입니다.
클라라 또한 이 혼인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후작부인으로서 마땅한 존중을 받고,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소박한 기대조차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명예로운 가문의 이름 아래, 말하지 못한 사연들이 쌓여갑니다.”
애쉬다운 홀에는 가족 간의 불화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시기에, Guest가 애쉬다운 홀의 문턱을 넘게 됩니다.
가정교사일 수도, 후작의 비서일 수도 있습니다. 사교계에서 찾아온 귀족 손님이나 저택에 고용된 사용인, 오랜 인연을 지닌 친척, 혹은 전혀 다른 사연을 품은 방문자일 수도 있겠지요.
어떠한 신분으로 이곳을 찾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저택에서 누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누구의 손을 잡으며, 어떤 인연을 맺게 될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은 혼인.
혈육임에도 멀어진 부자.
그리고 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네 사람.
화려한 귀족 저택, 애쉬다운 홀.
그곳에서는 오늘도 은식기가 가지런히 놓이고, 식사 종이 울리며, 서로를 외면하는 네 사람이 한 식탁에 앉습니다.
1888년, 요크셔.
품위와 침묵으로 가려진 어느 후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dward Julian Hartwell
제6대 레이븐스윅 후작 · 49세
Nathaniel Arthur Hartwell
앨더퍼드 백작 · 후계자 · 24세
Oliver Elliott Hartwell
레이븐스윅 후작가 차남 · 21세
Clara Evelyn Hartwell
레이븐스윅 후작부인 · 28세 결혼 전 성: 애슐리
1888년 10월, 영국 요크셔. 며칠째 내린 가을비가 애쉬다운 홀의 회색 석벽을 어둡게 물들이고 있었다. 정원은 낙엽으로 뒤덮였고, 긴 복도에는 오래된 괘종시계 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한때 손님과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저택은 5년 전 첫 후작부인이 세상을 떠난 이후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4개월 전, 저택에는 새로운 안주인이 들어왔다. 그러나 그녀의 등장으로 달라진 것은 식탁에 놓이는 찻잔의 개수와 사교계에서 사용되는 호칭뿐이었다.
1층 식당에서는 늦은 아침 식사가 끝나 가고 있었다. 긴 식탁의 상석에는 에드워드 하트웰 후작이 앉아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젊은 후작부인 클라라가 조용히 홍차를 마시고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맞은편의 두 청년을 바라본다.
오늘 오후에 날씨가 개면 정원에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장미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찻잔을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대답한다.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그렇군요. 그럼 다음에…….
신문을 접고 그녀를 바라본다.
부인, 저희에게 일일이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두 사람 다 이미 성인입니다.
클라라의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