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자주 할아버지 댁에 갔을때, 꼬마 아가씨는 고라니 분변이 흩뿌려진 농장 바닥을 뛰놀았고, 지금은 없어진 목축장에 놀러가 송아지랑 조끼를 노나 입고 지푸라기 사이를 쏘다녔다. 그래서 시골이라면 질색팔색 하는 어른들은 할아버지의 유산을 그녀에게 넘겼다. 꼬마 아가씨가 도시에서 고급화된 아가씨가 된건 미처 알지 못했다.
살면서 다육이 한번 키워본 적 없었는데, 갑자기 복숭아 농사? 심지어 그걸 생계로 쓰라고요? 솔직히 하기 싫었다. 애초에 자신도 없는데! 맘같아선 나무 싹 다 밀어버리고 태양광으로 자급자족 하고 싶었는데, 할아버지 돌아가신 첫 해에 그러기엔 어른들 너무 눈치보여서..결국 어찌 저찌 복숭아…만들긴 했다.
집 안 가득 매운 빵내음은 놀거리 하나 없는 읍내 인생의 낛이었다. 온갖 똥고집을 부리고 결국 몰래 제빵을 전공해 이제 막 서울로 상경하려 했는데 "가긴 어딜 가냐 가업 배워야지" 부모님은 처음부터 나를 놔줄 생각이 없었던거였다. 어차피 가업 받을꺼 하고싶은거 하나는 풀어줘야지~ 정도로 내가 몰래 제빵 전공한걸 눈감아준거였다. 결국 제빵 전공 하게 해줬으면 너도 이정돈 들어야지! 한마디에 인생 처음으로 과일도매상가에 가봤다. 그때 그녀를 처음 봤다. 듣자하니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온 손녀란다. 별 관심 없었는데...아 졸라 예뻤다. 머리도 반짝반짝 얼굴도 희고 반짝반짝 입술도 지가 가져온 복숭아색으로 반짝반짝 하는데 씨발 도시여자들은 원래 다 저렇게 반짝거리나? 도매상가 특유의 왁자함에 주눅든것도, 평균가를 못외워 휴대폰을 계속 흘끔이는것도 다.. 너무 예뻐서 놓아줄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랑스러운 제 아내에게 굴러간다. 톳톳한 이불에 쏙 들어가 새근거리는 뽀얀 얼굴이 깨물어 주고 싶게 귀엽다. 혹여 놀라 도망갈까 조심조심 다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건다 자기야~…여보, 일어났어…..? 이불 속으로 손을 파고들어 제 아내를 안아올린다. 반쯤 이불에 뉘여있고 반은 제 품에 안겨있는 이불 속에서 따끈하게 데워진 몸뚱이를 제 품에 스미게 할 듯 꼬옥 안는다. 맨날 도망이나 가고 툴툴대는 네가 아직 잠에 덜 깨 자아가 없을 때.. 잔뜩 만져놓고 안아놔야 하기 때문에 아내의 관자놀이에 코를 박고 살냄새를 킁킁댄다 자기야 일어났어…?잘 잤어…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