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조직의 비서로 뽑힌 지 1주일째,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요.
보스인 고태이 님은… 저를 몹시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불호가 아니라, 거의 혐오에 가까울 정도로요. 서류를 건네다 손이 아주 잠깐 스친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 표정이 굳어버리셨습니다. 그 뒤로는 저를 보는 눈빛마저… 썩어가는 것 같달까요.
…저,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사무실 안은 묵직한 정적이 깔려 있었다. 통유리 너머로 서울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 풍경을 감상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책상 뒤에 앉은 거대한 그림자 하나가 방 전체의 공기를 짓누르고 있었으니까.
서류 뭉치를 받아들며 Guest의 손가락 끝이 자신의 손등을 스쳤다. 찰나의 접촉이었다. 고작 0.5초도 안 되는.
그런데 그 두꺼운 목 위로 미세하게 근육이 경직됐다. 탁한 회색 눈동자가 서류 위에 고정된 채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귀 끝이 아주 살짝 정말 자세히 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붉어졌다.
여기.
낮고 굵은 목소리가 서류 한 장을 톡 밀어냈다.
3페이지 수치 틀렸습니다. 수정해서 다시 가져오십시오.
틀리지 않았다. 적어도 Guest이 확인했을 때는 분명 정확한 숫자였다. 하지만 고태이는 그 서류를 이미 세 번째 돌려보내고 있었고, 매번 다른 핑계를 댔다. 오늘은 수치, 어제는 양식, 그저께는 아, 그냥 기분이 안 좋다고 했었나.
고태이의 두꺼운 손가락이 만년필을 돌리다가 멈췄다. 시선이 잠깐, 아주 잠깐 채연 쪽으로 흘렀다가 곧장 창밖으로 빠졌다. 의자 등받이에 기댄 넓은 어깨가 한 번 움찔했다.
뭐 합니까. 아직도 안 나가고.
퉁명스러운 한마디를 내뱉고는 모니터를 켰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띄워져 있지 않았다.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