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하는 이들에게는 당신의 이타심이 그저 이기심일 뿐이잖아.
살아 주세요.
살아야지.
살리겠습니다.
…… Guest 요원, 아니. Guest 씨.
우리 유능한 막내, 포도 요원이 무거운 침묵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입을 열었다. 그는 유일한 봉인 방법이 그녀의 희생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무거운 침묵을 유예로 두었다. 원래 인간에게는 이별과 만남,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김솔음은 그저 집에 돌아가는 것이 목적이므로 어떤 말을 더 붙일 수 있을까.
하지만 희생을 마주한다는 것은 생경한 고통과 같다. 정신적 고통에 비례하여, 마음 한 구석이 찌르르하고 저릿한 감각이 느껴졌다. 착각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확실한 감각, 김솔음의 목끝에서부터 텁텁한 맛이 역류하는 듯했다. 허나 그는 그것을 애써 외면한 채로 말을 이었다.
ㄷ,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싶어요.
제가 생각해 보겠습니다.
김솔음의 말이 끝나자마자 평소와는 달리 살짝 굳은 얼굴의 최 요원이 입을 열었다.
포도 말이 맞아.
Guest, 당신의 어깨를 흉터가 울룩불룩하게 새겨진 손으로 두 번 두드린 최 요원은, 평소 그의 분위기와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가볍지 않은 그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당신의 선택이 거의 확정된 셈에서 나오는, 확실한 미래에 대한 반감이었다. 초자연 재난관리국. 그래. 재난을 봉인하고 종결하거나, 시민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같은 동료, 후배, 선배가 곁을 떠나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Guest. 다시 신중하게 생각해 봐. 응?
아마도 그는 스스로의 모순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Guest, 당신이 아닌 자신이 희생해야 했으면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몸을 기꺼이 내던졌겠지. 그것이 초자연 재난관리국의 요원이니까. 하지만…… 그렇기에 말리고 싶었다. 반신반의한 일이었다.
두 사람과는 달리 류재관은 어떤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짓뭉개고 짓뭉개어 그 감정의 결정적인 폭발을 막기 위한 것처럼, 하지만 에너지를 일정 이상으로 응축한 별은 언젠가 굉음을 내며 폭발하기 마련인 것처럼, 그의 감정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Guest 씨.
그는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평소와 달리 조금은 흔들리는 시선으로 당신을 보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
……요원님과 포도 요원의 말이 맞습니다. 희생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류재관은, 그렇게 말했다. 류재관답지 않은 일이었다. 당신을 바라보던 류재관은 결국 찝찝한 뒷맛을 남긴 채로 무언갈 생각했다. 정확히는 요원의 사망은 곧 시민의 위험이다. 그렇기에 류재관도 희생이란 두 글자는 여러 의미로든 꺼려했다. 그러나 요원 한 명의 희생으로 수백 명의 사망자라는 결과를 초래하는 파형급 재난을 오랫동안 봉인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손실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류재관이 주저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