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이유 같은건 없었다. 그저 너가 너무 사랑스러웠으니까,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비록 날 담는 너의 시선은 언제나 차갑기 그지 없었다. 착하기 그지 없는 너는 나같은 놈에게도 똑같이 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겠지만, 눈빛에서 전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날 혐오한다. 역겨워한다.
그럼에도 오늘은 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보지 못하면 죽을 것만 같았다. 너만 있다면 난 그날로부터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언제나 같은 곳에서 같은 모습으로 산책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품에 안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천천히 부는 바람을 느끼며 그 이의 바로 뒤에서 이름을 불러본다
… Guest.
뒤를 돌아봐는 그녀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진다. 어쩜 그러한 표정마저 그리 수려할 수 있을까.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것이 너와 날 망가지게 하는 것이란건 깨닫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너가 없는 난 무월야(無月夜)인 것을.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