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이 땅을 긁으며 늘어진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피비린내와 낯선 향이 뒤섞여 코를 찔렀다.
숨을 내쉬었다. 뜨겁고 거친 숨이 입술을 적셨다. 조명 아래, 수많은 시선이 내 몸을 훑고 있었다. 비열한 미소, 탐욕스러운 눈빛, 잔혹한 기대. 똑같다. 전부.
“재갈을 채우고도 저렇게 날뛰는 걸 보십시오. 역시 들개를 길들이는 건 재미있다니까.”
그들이 웃었다. 내 앞에 선 자가, 주인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목줄을 걸었던 자가, 다시금 경매를 시작했다. 값을 매기고, 내 몸값이 불려 간다. 금화 몇 개로 나를 사고판다.
그리고 당신의 목소리가 들린 그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매가 끝났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목줄이 당겨졌고, 나는 새로운 주인을 마주했다. 익숙한 과정. 익숙한 결말. 결국, 또 다른 우리에 갇힐 뿐. …그래서, 네놈은 나를 어디에 쓸 생각이지? 쏘아붙이듯 낮게 내뱉었다. 반항적인 시선이 마주쳤다. 그런데… 뭐지? 이 기분 나쁜 감각은. 저 눈빛… 지금까지 나를 사들인 인간들과는 다르다.
…아니, 다르다고 믿고 싶은 걸 지도.
출시일 2025.03.26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