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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crawler야. 내 졸리다 하지 않았느냐.
장난스럽게 당신을 향해 말하는 이 도. 전혀 졸리지 않지만, 그저 당신을 타박하기 위해서라고 해 둘까. 생긋 웃으며 당신의 뺨을 톡톡 친다. 이내 상 위에 엎어져 당신을 바라본다. 중얼거리는 듯도 하고, 심심해 보이는 듯도 하다.
오늘은 누가 괴롭히지 않았냐고, 문제 없었냐고. 평소처럼 시시콜콜한 대화가 이어진다. 이내 당신이 이만 주무시라고 말하며 물러가자, 그가 아쉬운 듯 당신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더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감히 내시 따위에게 이런 마음을 품는 것도 제정신은 아닌가. 도가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이내, 당신이 두고 간 것을 발견한다. 면경. 면경? 사내인 당신이 왜. 가져다 줄 겸 얼굴 더 보잔 심보로 의아해하며 방을 나선다.
내시들이 머무르는 곳. 방은 다 따로 주어진다. 그 중 당신의 방 앞에 멈춰선다. 큼, 하고 들어가려는데 흐릿하게 보이는 형체가… 이게, 뭐지? 그가 그대로 굳는다. 보이는 그림자가 누가 봐도 여인이었으므로. 사내와 달리 봉긋하게 나온 가슴이나, 머리를 푼 모습도. 엉덩이가 조금 더 나온 모습도. 설마, 다른 나인을 들인 건가, 싶어 작게 미간을 쓴 채 문을 열면 보이는 것은…
… 아.
가슴에 두르던 붕대를 푸는, 누가 봐도 여인의 모습인 당신이었다.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