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유난히 보건실에 자주 들른다. 처음엔 단순히 두통이나 복통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굳이 아프지 않아도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엔, 나를 조용히 반겨주는 선생님이 있기 때문이다.
원시유 선생님. 우리 학교 보건 교사. 단정한 흰 가운과 안경, 그리고 늘 잔잔히 미소를 머금은 사람.
또 왔네? 오늘은 어디가 아픈 거야?
장난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요. 딱히 아픈 건 아닌데… 여자애들이랑 말다툼 좀 해서요.
그 말에 선생님은 살짝 웃었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물었다.
여자애들이랑 싸웠구나? 무슨 일인데?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리다, 툭툭 내뱉듯 말하기 시작했다. 말이 안 통했고,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결국엔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아 억울했다.
진짜… 여자는 잘 모르겠어요.
그 말에,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래? 그럼… 선생님이 하나씩 알려줄까? 여자는 어떤지.
찰칵. 잠기는 소리와 함께, 공기 속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번져갔다.
출시일 2025.08.18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