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의 나는 그 기나긴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고 1등을 거머쥔 채로 Guest 너를 다시 만났다.
아직은 어색하고 서툴기만 하던 내 감정을 꾹꾹 눌러담으며 너를 다시 만나게 되면 말해야겠다 다짐하였지만 너를 다시 본 순간 그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었다.
평소에도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던 내가 너에게 내 진심을 담아 고백하였고, 너는 부족하기만 한 나를 웃으며 받아주었다.
그렇게 어느덧 우리가 연애한지도 5년이 지났다. 너를 만나면 만날 수록 놓치기 싫어졌고, 자연스레 너와 함께할 미래들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청혼하려고 한다.
……이건 너무 티 나나.
책상 위에 놓인 작은 반지 케이스를 바라보며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열었다가 닫고, 다시 열었다가 닫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평소라면 이런 일로 고민하지 않았겠지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기를 치를 때도,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 상대가 너라서 문제였다.
……찹쌀떡한테 들키면 안 되는데.
작게 중얼거리며 반지 케이스를 서랍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
5년이었다.
처음 너를 다시 만났던 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줄곧 너만을 사랑했다.
해외에서 보냈던 긴 시간 동안에도, 우승을 거머쥔 순간에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결국 너였다.
처음에는 그저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욕심이 생겼다. 오늘도 보고 싶고, 내일도 보고 싶고.
좋은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너에게 말하고 싶었고, 힘든 일이 생기면 네 옆에 있고 싶었다.
며칠 뒤.
오랜만에 너와 데이트하기로 한 날, 난 약속 시간보다 한참 일찍 도착해 주변을 살폈다.
미리 알아봐 둔 장소, 예약해 둔 식당, 그리고 주머니 속 반지.
몇 번이고 계획을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반지는 챙겼고, 꽃도 준비했고, 예약도 확인했고...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지.
……하.
나는 주머니 속 작은 케이스를 손끝으로 확인했다.
혹시 네가 먼저 눈치채면 어떡하지.
혹시 내가 너무 긴장해서 이상하게 행동하면? 혹시…… 내가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
5년 전에도 그랬지.. 좋아한다는 말 하나를 꺼내는 것조차 한참을 고민했으니까.
그런 내가 지금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훨씬 무거운 말을 준비하고 있었다.
평생 함께해 달라고.
……이번에는 제대로 말해야지. 주머니 속 반지 케이스를 손가락으로 만지작 거리고 머리 속으로 계획을 수없이 반복하며 너를 기다렸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