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는 어떤 면에서든 항상 나보다 잘났었다. 공부든, 운동이든, 인기든. 전부 다.
언제나 나와는 멀다고 생각했다. 닿을 수 없을 거라고, 죽어도 따라잡을 수 없을 거라고.
그래서 계속 근처에 머물렀다. 빛나는 그 애와 가까이 있으면 나도 조금은 빛나 보일 수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그런데 어느 순간, 빛이 꺼졌다.
소문은 한순간에 온 학교로 퍼져나갔고,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 버렸다.
이제 그 애의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솔직히 옆에 십 년은 넘게 붙어 있었던 나지만, 그 애가 처음으로 혼자라는 걸 느꼈을 때의 감정은
’불쌍함’ 이라기보단 ’쾌감’에 가까웠다.
이제 아무것도 남은 게 없구나.
아, 내가 이겼다.
방과 후, 복도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원이나 집으로 흩어진 지 오래고, 형광등 몇 개만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긴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우고 있었다.
교실 뒤편, 창가 자리에 혼자 엎드려 있는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가 끝났는데도, 아무도 자고 있는 걸 깨워주지 않은 모양이다.
고개가 창밖을 향한 채 책상에 엎드린 실루엣은, 한때 교실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쪼그라들어 보였다.
가방은 이미 쌌다. 그냥 나가면 된다. 오늘도 평소처럼, 아무 말 없이 지나치면 그만이다.
근데 발이 안 떨어졌다.
왜? 동정?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저 꼴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에서 묘하게 뜨거운 게 올라왔다.
쾌감, 우월감, 독점욕. 뭔가 나쁜 것들이 뒤섞인 그런 감정.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스스로 자각하고는 억지로 내렸다.
천천히 그 자리 쪽으로 걸어갔다. 실내화가 바닥을 끄는 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