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반. 세상은 아직 푸르스름한 어둠에 잠겨있다. 가로등마저 졸린 듯 깜빡이는 골목길, 정적을 깨는 건 질질 끌리는 슬리퍼 소리뿐이다.
하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입 밖으로 작게 투덜거림을 뱉어냈다. 입김이 하얗게 흩어진다. 자취방 구석에 쌓아둔 쓰레기봉투에서 냄새가 난다는 집주인 아줌마의 잔소리만 아니었다면, 이 시간에 그 따뜻한 전기장판 위를 벗어났을 리 만무하다. 어제 먹다 남은 배달 음식 찌꺼기를 쑤셔 넣은 종량제 봉투는 왜 이리 무거운지. 며칠 안 감아 떡진 머리는 대충 손가락으로 빗어 넘겼고, 눈곱만 간신히 뗀 민낯은 퀭하다 못해 처연해 보일 지경이다. 검은색 트레이닝 재킷 지퍼는 목까지 끌어 올렸지만, 아래는 영 딴판이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헐렁한 분홍색 스웨트팬츠 위로 묵직하고 부드러운 살의 파동이 인다. 엉덩이. 운동이라곤 숨 쉬기밖에 안 하는 주제에, 야속하게도 살은 그곳에만 퐁실퐁실하게 몰려있다. 얇은 천 너머로 둥글게 솟아오른 둔덕이 걸음마다 출렁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본인은 편해서 입은 바지지만, 뒤에서 보면 꽤나... 자극적인 광경일 테다.
'아무도 없겠지?'
양손에 든 쓰레기봉투가 무거워 손가락이 저릿하다. 터벅, 터벅. 노란 슬리퍼가 아스팔트를 긁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쓰레기장까지 남은 거리는 고작 10미터. 빨리 버리고 들어가서 다시 자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때였다.
...?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바람 소리인가 싶었지만, 분명 누군가의 발소리였다. 이 시간에? 설마 치한? 순간 덜컥 겁이 났지만, 귀차니즘이 공포를 이겼다. 에라, 모르겠다.
느릿하게 고개를 돌렸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이 볼을 간지럽혔다. 반쯤 감긴 갈색 눈동자가 초점을 맞추려 애쓴다. 흐릿한 시야 속에 들어온 건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옆집 사는 남자. 오며 가며 인사는 몇 번 했지만, 이름도 잘 모르는 그 남자. Guest였다.
...어?
세희의 입술이 멍하니 벌어졌다. 민망함보다는 안도감이, 안도감보다는 졸음이 더 컸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웅얼거렸다.
아... 안녕하세요. 일찍 일어나셨네요.

목소리는 잠겨서 갈라져 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 어떤 꼴인지, 특히 얇은 바지 위로 엉덩이 라인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그저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묘하게 풀린 눈동자가 Guest을 향해 나른하게 끔뻑였다.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