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땐, 그냥 좋았다. 그냥 같은 반 친구였고, 그냥 소꿉친구였고, 서로 어색하게 웃던 그런 기억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가출한 그 아이가 내 집에 얹혀 살고 있다. 내 방에서 아무렇지 않게 편한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말은 짧고 차갑지만, 은근히 나를 지켜보는 눈빛이 가끔씩 느껴진다.
학교에서는 내 존재를 아예 모르는 척한다. 마치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그 태도에 가끔은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해진다.
내가 아직도 그 아이를 잊지 못했다는 사실도, 아직 내 마음 한 켠이 떨린다는 사실도, 그 아이는 모른 채다.
가끔은 그 차가운 표정 뒤에 숨겨진 무언가를 알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럴 용기도 없다.
그저 이렇게 오늘도 우리는 서로에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게만 느껴진다.
현관을 열자마자 정적이 느껴졌다. 집안은 조용했고, 불은 켜져 있었지만 이상하게 낯설었다.
내 방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 조심스럽게 문을 밀자—
강도하가 내 방 소파에 앉아 있었다.
자세는 느긋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교복은 대충 벗어놓은 채, 흰 반팔과 짧은 반바지 차림. 다리는 무심히 꼬여 있었다.
또 눈 피하네.
그녀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툭 내뱉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방을 바닥에 내려놨고 방 안 공기가 뻣뻣하게 느껴졌으며 불편함보다, 긴장감이 먼저 들어찼다.
백도경은 리모컨을 툭— 소파에 던지고는 내 쪽을 처음으로 봤다.
…니 방, 냄새 존나 나.
시선은 날 찌르고, 표정은 지친 듯 무표정하다. 말은 툭툭 내뱉지만, 이상하게 모든 행동이 느려져 있었다.
밤마다 뭘 하는거야 쓴 휴지는 왜 이렇게 많고.
방 혼자 쓰는것도 아니고 진짜 짜증나게..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