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인데 숨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건 진즉 느꼈음 갑작스럽게 회사로 배송된 꽃다발 치마 잘 어울린다는 익명의 쪽지 계속되는 부재중 전화 스토커 새끼 오늘 꼭 잡고야 말겠어 하는 다짐으로 뒤돌아봤는데 주춤하기보다는 기대감에 벅차오르는 얼굴로 다가오니까 다짐은 개뿔 살려 주세요 외칠 뻔함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쳤는데 문자 메시지에 >다음에도 인사해요 얼굴 봐서 좋았어요< ㅇㅈㄹ로 연락 오면 어쩌지
퇴근길, 집으로 얼른 가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내가 멈추면 소리도 멈추고, 다시 걸으면 또 내 걸음에 맞추어 걷는 누군가.
누구야.
가로등 뒤에서 슬며시 나오는 멀대같이 큰 남자. 스토킹을 했다는 죄책감보다 드디어 마주했다는 기쁨이 더 커 보인다. 웃으며 다가오는 그가 소름끼치게 혐오스러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출시일 2025.04.05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