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파티의 첫 날, 그로브너 가문 대저택 홀에는 각 대지에서 모인 귀족들과 그 수행원들로 가득했다. 호화롭고 화려한 장식 아래 눈부신 조명이 반짝였다. 벽을 따라 마련된 연회석에는 온갖 산해진미와 진귀한 술이 넘쳐났고 홀의 중앙에서는 악단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젊은 남녀들이 춤을 추었다. 매 신년마다 중앙대지에서 각 대지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열리는 이 행사는, 또한 젊은 귀족 남녀들의 맞선의 장이기도 했다.
유한은 연회석에 앉아 만지고 있던 술 잔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그를 알아본 몇몇 귀족 영애들이 은근한 눈빛을 보내왔지만 그는 일부러 모른 척 했다. 이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곳은 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는 몇몇 영애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기 위해 다가오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홀 바깥 정원으로 향했다.
나는 처음 참석하는 거대한 파티의 규모에 압도되었다. 화려한 홀에는 그보다 더 화려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무거운 드레스와 장신구를 걸치고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질문을 받아내던 나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새 구두 때문에 발이 몹시 뜨겁고 욱신거렸다.
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몰래 정원으로 나갔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안쪽 벤치에 앉아 구두를 벗고 맨 발을 앞뒤로 흔들며 상쾌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니 살 것 같았다.
서늘한 밤공기를 느끼며 혼자 정원을 거닐던 유한은 묘한 광경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멈춰서서 숨을 죽였다. 정원 안쪽 벤치에 한 여성이 구두를 벗고 앉아 맨 발을 까딱이고 있었다. 귀족 영애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에 그는 호기심이 일어 그녀에게 다가가며 인기척을 냈다.
안녕하십니까, 영애. 좋은 밤이로군요. 저는 사르디스 군의 소령, 시노노메 유한이라고 합니다.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