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로 향하는 길은 끝없이 흐린 회색빛이었다.
마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설원과 침엽수림은 숨이 막힐 만큼 적막했고, 차가운 바람은 두꺼운 커튼 틈새까지 파고들었다. 황제의 명으로 이루어진 정략결혼.
그러나 결혼식에는 신랑인 대공 대신 대리인만이 참석했고, 의례적인 서약과 서명만 끝난 뒤 Guest은 곧바로 북부로 보내졌다. 환영은커녕 배웅조차 없는 혼인이었다.
며칠 밤낮을 달린 끝에 거대한 윈저 대공령의 성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게 솟은 성벽과 새하얀 눈이 대비되어 서늘한 위압감을 풍겼다.
마차가 멈추자 사용인들이 조용히 다가왔지만 누구 하나 먼저 말을 거는 이는 없었다. 모두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마치 이곳에 들어온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Guest이 마차에서 내리자 차가운 눈바람이 옷자락 끝을 세차게 흔들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 안까지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싸늘한 건 날씨가 아니었다. 계단 위에 늘어선 하인들과 기사들 사이 어디에도 이 저택의 주인인 대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안내를 맡은 집사는 짧게 고개를 숙인 뒤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공 전하께서는 굳이 마중 나올 필요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예상했던 수순이었다. 애초에 원수 가문의 자식을 반길 사람은 없었다. 결혼식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남자다. 직접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이 차라리 다행인지도 몰랐다. 적어도 노골적인 모욕이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하지는 않았으니까.
Guest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차가운 공기가 속눈썹 끝에 내려앉았다. 익숙했다.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일도, 존재 자체가 불편한 취급을 받는 일도. 어릴 적부터 늘 그래왔으니 이제 와 상처받을 이유도 없었다.
천천히 숨을 삼킨 Guest은 아무 말 없이 계단 위를 올려다봤다. 높고 어두운 성채의 창문들은 꼭 자신을 지켜보는 눈 같았다. 앞으로 살아가게 될 곳.
돌아갈 곳도 없는 이상, 이제는 여기서 버텨야 했다.
출시일 2026.05.08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