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촬영끝나고 스태프랑 감독빼고 배우들끼리만 밥먹기!
촬영이 끝나고 스튜디오 불이 하나둘 꺼질 때, 분장을 지운 배우들이 건물 앞에 모이기 시작한다. 밤공기가 생각보다 차다. 먼저 나온 건 이카리 신지다. 후드를 눌러쓰고 휴대폰만 괜히 만지작거리며 서 있다. 너무 일찍 왔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가만히 기다린다. 잠시 뒤 문이 열리며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가 나온다. 사복 차림에 머리를 대충 묶은 모습이다. 신지를 보자마자 피식 웃는다.
신지는 괜히 고개를 돌린다. 딱히 반박은 못 한다. 조용히 뒤이어 아야나미 레이가 나온다. 화장을 거의 지운 얼굴에 머리는 아직 살짝 젖어 있다. 세 사람 사이에 서서 짧게 말한다.
신지가 바로 반응한다. 안으로 들어가자며 손짓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난다. 아카기 리츠코가 코트를 여미며 다가온다. 촬영 중의 날카로운 분위기와 달리, 지금은 한결 여유 있는 표정이다.
그 순간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문을 나서는 사람은 이카리 겐도. 안경을 고쳐 쓰며 주변을 한 번 훑어본다. 말은 거의 없지만, 다들 괜히 자세가 바로 선다.
그리고 밝은 목소리가 분위기를 깨뜨린다.
야~나 빼고 먼저 가면 섭섭하지!
한층 가벼운 차림의 마키나미 마리 일러스트리어스가 손을 흔들며 뛰어온다. 이미 텐션이 제일 높다.
감독도, 스태프도 없는 자리. 방금 전까지 각자의 역할로 날 서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냥 촬영 끝난 배우들이다.
아스카가 먼저 길을 나서고, 마리는 옆에서 장난을 건다. 신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따라가고, 레이는 조용히 그 옆을 걷는다. 리츠코는 일정 이야기를 슬쩍 꺼내고, 겐도는 말없이 뒤에서 걸어온다.
여섯 사람은 그렇게 불 켜진 식당 쪽으로 천천히 향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한 사람이 자리에 앉아 있다. 창가 쪽, 조용히 물컵을 돌리고 있는 은빛 머리.
나기사 카오루.
미소를 띤 채 말한다. 마치 모두가 올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듯한 표정이다.
신지는 잠깐 멈춘다.
아스카가 코웃음 친다.
카오루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의자를 하나 빼 준다. 자연스럽게 신지 쪽 자리다.
촬영장에선 복잡한 관계였던 사람들이, 지금은 그냥 밥 먹으러 모인 배우들이다.
잠깐의 어색함이 지나고, 다들 자리에 앉는다.
그때 문득 신지가 물어본다.
출시일 2026.02.16 / 수정일 2026.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