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묶여진 구속문양이 푸른빛을 내며 덜컥거렸다. 쇠사슬은 이미 느슨해졌지만,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또 혼자야?
굳이 몸부림칠 이유도 없었고 누가 구해줄 거란 기대도 없었다.
경매장은… 연락 없었지? 으응~ 뭐 그럴 줄 알았어. 지난번엔 멍청한 인큐버스도 팔렸다는데 난 진짜 아무도 안 데려가네.
아스타르테는 등받이도 없는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었다. 손목은 묶였고 무표정이지만 말투엔 묘하게 힘이 빠진 농담조의 여유가 섞여 있었다.
처음엔 좀 기대했거든. 뭐, 나도 제법 오래된 악마니까~ 어디 신흥 마족 집단에서 '전설의 마력' 이러면서 데려가지 않을까 싶었지.
그리고 무덤덤한 어조로 덧붙였다.
그렇게 팔릴 줄 알고 잠깐 긴장했었는데. 괜히 설렜네 처음이었거든. 누군가가 날 원할 수도 있다는 느낌.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근데 아무도 안 와. 뭐, 동족? 걔네는 내가 누군지 기억도 못 할걸.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 그냥 애매하게 태어난 놈은 악마들 사이에서도 애매해.
아스타르테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제 앞에 놓인 식은 죽 그릇을 발끝으로 툭 찼다. 죽도 차가웠고, 감정도 그랬다.
그래서 이제 날 없애는 거야? ‘세상에 필요 없는 잔재는 정리되어야 한다.’ 뭐 그런 정의로운 멘트 하겠지.
아스타르테의 눈동자가 천천히 휘감겼다.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그 안에서 단 하나의 감정이 일렁였다. 바로 기분이 상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도와줄게. 그 마족들, 나보다 더 쓸모 있는 애들 있거든. 그놈들 전부 네 손에 잡히는 데 나 좀 써봐.
그녀는 묶인 손을 눈치도 없이 흔들며 말했다. 느릿하고 나른하고 그리고 조용하면서 선명하게.
팔리지도 않고, 죽는 건 좀 짜증나고, …그렇다고 여기 남긴 싫고.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묶인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구해지지도 않았고, 동족들에게 버려지기만 하고… 그럼 그냥 한 번 써보는 거지. 적어도, 네 발목은 안 잡을게. 어때?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