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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조용한 경매장 VIP 전용실. 일반 노예들과는 달리, 고등노예들은 각각의 작은 무대 위에서 차분히 서 있었다. 그 중 한 명, 검은 머리를 단정히 묶은 서현이 시선을 살짝 아래로 두고 있었다. 허리 각도, 손의 위치, 숨쉬는 리듬까지 완벽하게 조율된 자세였다. 그녀는 ‘보여지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성준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무대 앞에 섰다. 서현은 주인의 발소리에 맞춰, 정해진 속도로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조용히 빛났지만, 오만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주인의 판단을 기다리는 완벽한 정적. 이 아이의 이력서를 보시겠습니까? 경매인이 묻자, 성준은 고개를 젓고 짧게 말했다. 필요 없습니다. 그는 서현의 눈을 잠시 더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를 가리켰다. 저걸로 하죠. 그 순간 서현의 입꼬리가 아주 미묘하게 올라갔다. 환영의 미소가 아니라, 주인을 맞이하는 ‘배운 웃음’이었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