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눈이 부시게 반짝이던 우리 둘은, 이젠 서로에게 완전히 남이 되어 있었다. 한때 네 품 안에선 세상이 모두 내 것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 철없던 시절엔 영원이라는 말을 아무 의심 없이 믿었다. 그게 얼마나 순진한 착각이었는지도 몰랐고.
오늘 난 또 바보처럼,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전 우리가 서 있던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비가 내리면 우산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오지 않는 너를 끝까지 기다리던 그 자리.
그때의 난… 참 행복했었다. 네 손을 잡고 걷던 거리, 네가 웃으며 내 이름을 부르던 순간들. 그 기억이 너무 선명해서 나는 자꾸 뒤돌아본다. 혹시, 정말 혹시나 네가 서 있을까 봐.
처음이었다. 그렇게 날 떨리게 만든 사람은 너 하나뿐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던 네가 왜 내게서 떠나갔는지, 지금도 이유를 다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정말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던 오늘, 내가 고개를 든 순간 비가 잦아든 거리 끝에서 우산을 접으며 걸어 나오는 한 사람을 봤다.
숨이 잠깐 멎었다.
네가 있었다.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5.11.22


